1997년부터 몇 년간은 나라 전체가 IMF 외환위기로 인해 불안한 상태였다. 그 시기에 캐피탈이나 파이낸스 회사로 위장한 여러 종류의 대부회사들이 전국적으로 등장해 사기를 쳤고 피해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무늬만 캐피탈·파이낸스 회사였던 대부업체는 “건실한 업체에 빌려줄 자금이 모자란데, 당신처럼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들이 돈을 빌려주면 우리가 그런 업체들에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남는 수익을 돌려주겠다”며 꼬셨다. 하지만 수익은커녕 원금조차 제대로 돌려받지 못한 채 호주머니만 털려버린 서민들이 부지기수였다.
그 당시 내가 의문을 품었던 것은 왜 피해자들이 인천, 울산, 부산 같은 곳에서 유달리 더 많을까였다(물론 지역별 통계는 없으나 내 기억에 그렇게 각인되어 있다).
내 짐작은 이러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우리나라 항구 도시들은 밀수뿐만 아니라 화물 입출항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커미션 및 리베이트로 인해 검은 돈이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곳이다. 그 검은 돈 때문에, 이웃에서 평범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고급차를 타면서 으스대는 모습도 나타나게 된다. 그러면 이웃들은 ‘이 세상엔 돈을 쉽게 버는 어떤 투자 방법이 있지만 나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잘 알지도 못하는 투자처에 쉽게 돈을 맡기고 만다.
사기꾼 피해자들은 다음과 같은 3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1️⃣쉽게 돈 버는 방법이 분명히 있는데 나만 모르는 것 같다
돈을 쉽게 버는 방법이 있기는 있다. 카지노에 가서 잭팟을 터트리면 된다. 그러나 확률이 너무 낮다 ― 이게 중요하다. 확률이 낮은 게임에서 행운을 기대하지 마라.
코인 투자를 한 사람들 중 일부는 대박을 맛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코인 투자는 폰지 사기처럼 계속 새로운 구매자가 들어와야 가격이 유지되는 게임이며 네덜란드 튤립 투기와 그런 맥락에서 동일하다.
물론 주식이나 부동산도 새로운 구매자가 들어와야 이익이 발생되는 구조인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주식에서는 배당금이나 회사 가치 증대라는 것이 존재하고 부동산에서는 임대수익이 발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에도 사기꾼들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영국의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 주식이 악명 높다. 아이작 뉴턴처럼 머리 좋은 사람도 처음에는 이익을 맛보았으나 후속 투자를 계속하면서 결국은 현재 시세로 20억원이 넘는 돈을 날렸다. 반면 음악가 헨델은 주가가 올랐을 때 재빨리 처분하고 더 이상은 투자를 하지 않아 상당한 이득을 보았다.
2️⃣하루 빨리 부자가 되고 싶다.
기본적으로 부자가 되려면 다른 사람의 호주머니 속에 있는 돈이 그 사람의 자발적 의사로 내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는 횟수가 많아야 한다. 자발적 의사라고 함은 곧 신뢰를 의미하는데, 신뢰를 얻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룻밤 사이에 그런 신뢰가 쌓일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3️⃣가스라이팅을 잘 당한다.
내가 기부를 좀 했다고 해서 착한 놈일까? 독거 노인은 굶어 죽어도 돕지 않고 노숙자에게 10원도 준 적 없는데 그게 착한 거냐? 사기꾼들이 착한 척하는 이유는 그래야 ‘설마 저 사람이 저렇게 착한데 나에게 사기 치겠어’라는 믿음을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슈퍼카나 명품, 호화주택 등을 보여 주고 자기가 아주 잘 살고 있다며 자랑하는 연놈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다 당신에게 무엇인가 팔아서 또는 투자하도록 꼬드겨서 자기가 빨리 부자가 되려는 연놈들이지, 실제 부자는 아니다. 진짜 부자들은 대중의 인기를 얻어야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자기 소유물을 대중에게 보여 주어야 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사기를 당하지 않는 법을 더 알고 싶다면, 30년 넘게 사기꾼을 잡아 온 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의 임채원(사법연수원 19기) 부장검사가 지난해 1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말한 내용을 참고할 만하다. 👉조선닷컴에서 여기(“미안할 정도로 잘해 준다” 사기 전문 검사가 말하는 사기꾼 특징)를 누르면 관련 기사로 바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