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의도 증권가에선 ‘순자산 5조(兆) 클럽’에 입성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가 화제다. 상장지수펀드는 특정 지수나 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데, 주식처럼 상장되어 실시간으로 거래된다.
지금까지 국내 ETF 시장에서 ‘5조 클럽’ 멤버로는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200 ETF(6조)’가 유일했다. 그런데 지난 3일 미래에셋운용의 ‘타이거 CD금리투자KIS(합성) ETF(이하 CD ETF)’가 순자산 5조원을 돌파하면서 새롭게 합류했다. 작년 한 해만 3조2000억원이 들어왔고, 올해도 벌써 1조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미래에셋운용의 CD ETF는 지난 2020년 7월 출시된 비교적 신생 ETF다. 하지만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5조원대 자금을 모았다. 맏형격인 삼성운용 코덱스200 ETF가 순자산 5조원을 터치하기까지 11년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미래에셋운용 내부에서조차 이렇게 단기간 몸집이 거대해질 것이라곤 예상 못했다고 한다.
미래에셋 CD ETF의 인기 비결은 주가 그래프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최근 1년간 거의 꺾이지 않고 탄탄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오르는 중이다. 매일 ETF 가격이 5~25원씩 오르는데, 8일에도 장중 5만1880원을 찍어 52주 최고가였다.
이런 안정적인 주가 그래프가 그려지는 건, ETF의 수익률이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양도성예금증서는 금융시장에서 사용되는 단기 지표금리다. 금리에 베팅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CD 금리가 오르면 ETF 주가도 같이 오른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는 “CD금리투자KIS(합성) ETF는 금리 인상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는 상품”이라며 “매일 수익에 또 수익이 쌓이기 때문에 복리형 ETF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 달 수익률은 0.3% 정도로, 1억원을 투자했다면 30만원(세전) 가량 수익이다.
실질적으로 무위험인 상품이지만, 개인이 투자할 때 주의할 점은 있다. 우선 매매 차익에 대해서는 세금(15.4%)을 내야 하며 금융소득종합과세에도 포함된다. 주식처럼 매도하면 2영업일 이후에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입출금 용도로 운용하면 불편할 수 있다.
또 CD 금리가 하락하면 ETF 기대 수익도 낮아질 수 있다. 작년 말 4.03%까지 치솟았던 CD 금리는 8일 3.46%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금리가 오르는 환경에서 유리한 상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ETF 수익률 자체가 마이너스가 되는 건 아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CD금리가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 이상, ETF에선 손실이 발생하진 않는 구조”라며 “매일매일 새로운 91일물 CD금리 상품을 편입해 리밸런싱한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는 연금 계좌에서 놀고 있는 돈을 이자 버는 목적에서 활용하면 유리하다. ETF는 주식과 달리 거래세(0.15%)는 없지만 증권사에 매매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연금 계좌는 ETF 매매 수수료가 면제인 경우가 많다. 단 퇴직연금 계좌에서 CD ETF를 매수하는 경우엔 적립금의 70%까지만 투자 가능하다. 펀드 내에서 일부 파생상품 투자를 하는데, 이 부분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간주되어 투자 금액에 제한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