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박스권에서 오르락 내리락하는 가운데,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 ‘워렌 존버핏’이라는 제목의 짤이 화제다. 워렌 존버핏이란, 투자의 구루인 워렌 버핏(Warren Buffett) 이름 중간에 존(John, 비속어 존*)을 붙여 만든 신조어다. ‘오래 버티는 자가 많이 벌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원금 손실에 멘탈이 약해진 개인 투자자들은 ‘워렌 존버핏’을 외치면서 마음의 위안을 삼고 있다. 그런데 과연 한국 증시에서 ‘워렌 존버핏’ 공식은 통하는 걸까?
9일 왕개미연구소가 대형 증권사에 의뢰해 국내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전체 종목을 매수했다고 가정하고 3년과 5년 수익률을 각각 조사해봤다. 그랬더니 5년(2018년 2월 1일~2023년 2월 1일) 동안 전종목에 투자한 경우의 평균 수익률은 8%였다. 또 전체 종목 중 플러스 수익을 낸 종목 비중은 36%였고, 플러스난 종목들의 평균 수익률은 97%였다..
3년(2020년 2월 1일~2023년 2월 1일) 동안 투자한 경우는 어땠을까. 전종목 평균 수익률은 31%로, 5년 투자했을 때보다 23%포인트 높았다. 또 절반 이상 종목들이 플러스 수익을 올렸고, 플러스난 종목 수익률은 82%에 달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5년 투자시 플러스 수익을 보인 종목 비중은 전체의 36%로, 3년 투자 때의 플러스 비율(55%)보다 낮다”면서 “한국 증시에서 존버(끈질기게 버티다는 의미의 은어)는 반드시 원금 회복을 위한 왕도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편득현 전문위원은 이어 “경기 민감도가 높은 한국 증시는 환율 흐름에 승패가 좌우된다”면서 “한국 증시가 높은 수익률을 올렸던 해(2017년, 2020년)는 경기 사이클상 한국 수출이 크게 증가했던 해였거나 바로 직전이었다”고 덧붙였다. 한국 주식은 주가가 급락했을 때 사놓았다가 수출 호황으로 기업 실적이 좋게 나오는 시기에 팔아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유상 골든트리투자자문 대표는 “장기투자가 성공한다는 공식은 한국보다는 글로벌에서 통할 확률이 훨씬 높다”면서 “과거 10년간 대표 지수 상승률만 봐도 한국 코스피는 64%로, 혁신 기업이 많은 미국 나스닥(498%)에는 크게 못 미치고, 일본 닛케이(241%), 유럽 유로스톡스(86%)보다도 낮다”고 말했다. 유동성으로 증시가 급등한 코로나 버블 이전 시기까지 좁혀보면 한국 증시 성과는 신통치 않다. 2012년부터 2020년 3월까지 코스피는 연평균 2%, 코스닥은 연평균 4.3% 상승하는 데에 그쳤다.
“한국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2% 수준이에요. 이는 주가 상승률도 높지 않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구조입니다. 20년 전에는 청년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는데, 앞으로 20년 후에는 청년 1명이 노인 2명을 부양해야 하니, 이때쯤이면 청년들은 자포자기일 겁니다.”(김유상 대표)
장기 투자의 효용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수출 위주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 증시의 숙명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기업 실적이 막대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증시가 안정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리긴 어렵다는 것이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한국 증시의 평균 수익률을 1981년부터 2021년까지 펼쳐놓고 보면, 상당히 극단적인 분포를 보인다”면서 “10년 중 4~5년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어 “변동성이 크더라도 배당이 안정적으로 많이 나오면 괜찮은데 한국 시장의 과거 20년(2000~2019) 배당 수익률은 1.7% 수준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