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 되실 분들 노후 준비는 되셨어요?”

지난해 방영된 로맨스 드라마 ‘결혼백서’에 나왔던 대사다. 드라마 1편에서 결혼을 고민하는 여주인공에게 후배가 말한다. “결혼은 계산기를 두드려 답이 나오면 하는 것이고 남자친구 직업과 얼굴은 좋으니까 시부모의 노후 준비가 가장 중요하겠다”고. 직업이나 외모만큼, 부모의 노후 준비 정도가 배우자의 주요 조건이 된 우리 사회 트렌드가 엿보인다.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노후 준비는 어떤 원칙을 세워서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매달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나오도록 재무 설계를 세우는 것이 제1원칙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선진국에서의 노후 준비는 금융자산 중심이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필요한 최소 생활비를 연금으로 확보해두는 것이다. 만약 퇴직 후에 월급이 끊긴 상태에서 생활비가 부족해지면 그땐 ‘노후파산’이다.

강창희 트러스톤 연금포럼 대표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선 노후 주요 수입원이 연금인 노인 비율이 50~80%를 차지한다”면서 “반면 한국은 노후에 연금으로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이 교사, 공무원, 군인 밖에 없는데 이런 사람은 전체의 17%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여전히 부동산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은 전체 가계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4%에 달해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반면 연금(보험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은 10.8%에 그쳐 주요국 대비 최저였다.

<연금부자들>을 쓴 이영주 작가는 “우리나라는 대부분 큰 고민 없이 목돈과 부동산 자산으로 노후를 준비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노후엔 건강이 나빠지면서 판단력, 기억력, 활동력이 약해지는데 이런 시기에는 목돈과 부동산이 노인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몸과 정신이 성치 않은 노인이 목돈을 쥐고 있으면 사기꾼의 표적이 되고, 호구잡히기 쉽다고 이 작가는 강조했다.

<퇴직하기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의 이동신 작가도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돈은 노년의 목돈”이라며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이 알고 있는 통장의 돈에는 인출 요청과 투자 유혹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동신 작가는 또 “통장에 있는 목돈은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연금 준비부터 탄탄히 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목돈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보다는 연금을 타면서 노후를 보내는 사람들이 훨씬 안정적이며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다. 60세에 정년 퇴직하더라도 30년은 더 살아야 할지 모르는데, 별 생각 없이 목돈만 들고 노년기를 맞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늘그막에 받는 연금은 목돈과 비교하면 장점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목돈이 많으면 불안하지만, 연금은 나를 지켜주니까 편안하다. 가족 반응도 호의적일 수밖에 없다. 자녀들은 목돈이 많은 부모보다는 연금부자 부모가 장수하길 바란다. [행복한 노후 탐구]가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연금과 목돈의 차이점 7가지’를 도표로 정리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