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본과의 경제 격차를 계속 좁혀왔다. 산업화가 빨랐던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잃어버린 30년’이란 표현처럼 고군분투했고, 그 동안 한국 경제 위상은 부쩍 높아졌다. 급기야 작년 말 싱크탱크인 일본경제연구센터는 2023년 한국이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할 것이라는 보고서까지 발표했다. 그렇다면 양국의 월급통장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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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고액 연봉자라고 하면 ‘1억’을 떠올리는 듯, 일본에서는 ‘1000만엔(약 9645만원)’이 기준이 된다. 연소득 1000만엔은 일본 직장인에겐 꿈의 숫자이고, 드라마에서도 어느 정도 성공한 직장인으로 묘사된다.

그렇다면 연소득 1000만엔은 ‘월급통장 피라미드’에서 어느 위치에 있을까. 일본 국세청이 펴낸 ‘민간급여실태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일본의 급여소득자는 총 5270만명이다. 이 중 연소득 1000만엔 이상인 사람은 총 258만4000명으로, 전체 근로자 중 4.9%를 차지했다.

일본은 지난 30여년간 직장인 월급이 거의 오르지 않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일본 전체 근로자 10명 중 8명은 연봉이 600만엔 이하였다. 연소득이 100만엔(964만원) 이하인 사람은 425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8.1%에 달했다.

🍧일본 고소득자의 고충, ‘보편복지 제외’

연소득 1000만엔 직장인은 ‘월급통장 피라미드’ 꼭짓점에 위치해 있지만 나름대로 고충도 있다. 고액 월급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제공하는 여러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3040세대 직장인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아동수당’이다.

아동수당은 일본 정부가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지급하는 복지 혜택이다. 3세 미만이면 매달 1만5000엔(14만5000원)이고 3세부터 중학생까지는 매달 1만엔(9만6500원)을 받을 수 있다. 아이 앞으로 약 200만엔(1930만원, 셋째부터는 250만엔) 어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4인 가족 기준 부부 중 어느 한 명의 소득이 960만엔을 넘으면 5000엔으로 감액된다. 또 남편이나 아내 중 어느 한 쪽의 소득이 1200만엔을 넘으면 정부 지원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더 부유하고, 더 가난한 ‘한국의 월급쟁이’

한국은 어떨까. 국세청이 발표한 2021년 기준 근로소득자 수는 모두 1996만명이다. 이 중 근로소득이 1억원이 넘은 사람은 112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근로자의 5.6%다. 일본(4.9%)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반면 연소득이 1000만원 이하인 사람은 300만명으로, 전체의 15%를 차지했다. 일본(8.1%)과 비교하면 역시 높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한국에는 일본보다 부자인 월급쟁이도 많고, 더 가난한 월급쟁이 비율도 높은 셈이다. 즉 월급쟁이의 소득 양극화가 일본보다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심영철 웰시안닷컴 대표는 “한국은 금융권 등을 중심으로 한 셀프 연봉 인상, 반도체·전기차 등 핫한 업종의 성과급 잔치, 벤처기업 스톡옵션 대박, 노조 압박 등이 겹쳐져서 일본보다 월급통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뚜렷하고 앞으로도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후의 승자, ‘통통한 먹잇감’ 찾는 국세청?

한국에서 억대 연봉자 수가 역대급으로 늘어나면서 최종 위너는 ‘정부’가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만큼 세금(소득세 최고세율 49.5%)을 더 많이 거둘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 억대 연봉자는 매년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지난 2016년에 60만명을 돌파하더니 2018년엔 80만명을 넘어섰고, 2021년 기준으로는 112만명을 웃돌았다. 지난해 기업 실적이 좋아서 임금과 성과급 등이 늘었기 때문에 억대 연봉자는 더 증가했을 것이 확실시된다.

연봉 1억인 외벌이 가족(4인)의 실수령액은 월 680만원 정도다. 억대 연봉자인 A씨는 “억대 연봉이라고 해도 세금으로 많이 뜯기니까 전혀 실감이 안 난다”라면서 “버는 사람, 생색 내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말했다. 억대 연봉자 B씨도 “밤낮으로 야근하며 일해서 억대 연봉자가 되었지만 정부 입장에서 보면 살이 통통하게 붙은 좋은 먹잇감”이라며 “내가 노력한 만큼 착취당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억대 연봉자 C씨는 “억대 연봉을 받아도 국민연금, 건보료 등으로 30% 넘게 뜯겨서 방어가 안 된다”며 “너무 많이 뜯기니 차라리 일을 덜 하고 월급도 덜 받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라고 말했다. 반면 40대 직장인 D씨는 “억대 연봉은 직장인의 자존심인데, 정부가 세금으로 왕창 뜯어가도 좋으니 언젠가는 최상위권에 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