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4명이다. 3~4년 전에는 가족 4명이 모두 건강보험료를 냈다. 각자 직장 근로소득과 이자·배당소득 등이 있었기에 4명이 낸 건강보험료를 합하면 매월 1100만~1200만원(장기요양보험료 포함)에 육박했다. 본인 부담금만 그랬으니, 회사 부담금을 더하면 그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납부한 셈이다(건보료는 개인과 회사가 반반씩 부담).
물론 우리 가족보다 훨씬 많이 납부하는 개인들도 있을 것이다. 직장 가입자에게 부과되는 건강보험료 상한액은 782만2560원(2023년, 1개월 급여 기준)이다. 절반은 회사 부담이니까, 직장인 본인은 나머지 절반액인 391만1280원을 납부하게 된다.
봉급은 조금 받지만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 월세수입 등이 많은 직장인에겐 소득월액 보험료가 부과된다. 상한액 역시 월 391만1280원이다. 2022년 11월 기준 직장 가입자이면서 매월 보수월액 상한액을 낸 사람은 3738명이었고, 소득월액 상한액을 낸 사람은 4804명이었다.
여러 회사에 이사 등으로 등재되어 보수를 받는 경우는 건보료를 직장별로 납부해야 한다. 현재 약 400명이 건강보험료 본인 부담으로 월 500만원 이상을 납부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최고 납부자는 13개 회사에서 보수를 받은 사람이었는데, 월 3000만원을 건강보험료로 납부했다(회사 부담금을 더하면 월 6000만원이다).
이런 사례는 주로 재벌가 사람들에 해당되기에 일반인들은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에는 큰 허점이 있다. 2개 회사에서 매달 각 1억5000만원씩 보수를 받으면 1개 회사에서 매월 3억원 보수를 받는 것보다 결과적으로 건보료를 매월 782만2560원(회사와 개인 절반 부담)씩 더 납부하게 된다는 점이다. 1년에 9400만원이나 된다.
오래 전 건강보험공단에 전화도 하고 메일도 보내고 직접 지사까지 찾아가 건의를 한 적이 있다. 건보료를 최고 수준으로 납부하는 경우, 당사자가 병원을 갔다 오면 하다못해 자동 발송 문자로라도 “최근에 진료를 받으셨군요. 조속히 쾌차하기를 빕니다”라고 보내주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그게 어려우면 고액 납부자들의 경우에는 예우 차원에서 특진비 몇천원을 절반만 부담토록 하게 하면 어떻겠느냐고 건의했다.
국민으로서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그에 걸맞는 예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국세를 많이 내면 세금 포인트가 쌓이고 포인트를 사용하면 받게 되는 혜택이 있다. 대표적으로 세금 납부 기한 연장 신청시 담보면제를 받을 수 있는데, 나 같은 경우 40억~50억원까지도 가능하다(이 혜택을 신청한 적은 없다). 지방세 같은 경우엔 세금을 제때 잘 내면 서울시 세금납부 홈페이지 이택스(etax)나 지자체 세금납부 홈페이지 위택스(wetax)에 로그인 할 때 자동으로 ‘모범 납세자로 선정되셨습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건강보험 최고 수준 납부자에게는?
빈말로라도, 감사하다는 말 한 번 들어본 적이 없다. 법에 따라 징수하는 것이라는 태도만 보일 뿐이다. 영 마음에 들지 않던 차에, 정부가 건강보험 적용 진료, 치료 확대 정책을 펼쳤다. 적어도 내 눈에는 일부 의료진이 과잉 진료를 하고, 본인들의 호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건강보험을 남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부자의 건강보험료가 가난한 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도 이건 좀 지나치다”란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관련 법을 다 뒤진 후에 보험료 부담을 월 1100만~1200만원(개인 부담)에서 월 400만원대로 확 낮춰 버렸다.
이렇게 건보료를 낮춘 비법에 대해 궁금해 하는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별로 보편성은 없다. 가족 구성원 각자가 개인 사업소득과 법인 임원보수(근로소득)를 갖고 있어야 하는 등 특정 조건에 해당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의 주민등록이 한 곳에 되어 있고 가족 모두 회사에서 받는 보수가 없고, ‘4대 보험 가입대상 직원을 고용하지 않은 개인 사업자’라면 건보료 납부는 세대를 기준으로 해서 부과된다. 구체적으로 내 경우, 가족 모두가 금융종합과세 대상자일지라도 세대원 중 1인(연장자)에게만 건보료가 부과되고, 다른 3인은 그 대표 1인이 납부를 안 하면 연대 책임을 진다. 물론 국민연금은 개인별로 세대원 각자에게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