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는 지난해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주식·채권의 수익률이 모두 크게 저조했기 때문이다.

KIC는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등을 위탁받아 운용한다. 국내 주식·채권에도 투자하는 국민연금 기금과 달리 자산의 100%를 해외에 투자한다. 그렇다면 KIC는 어떤 자산, 어떤 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을까. 주로 미국 주식에 많이 투자하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미국 증시 주요 종목도 대체로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주식 투자 중 63.3%는 미국 증시

KIC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송언석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IC는 작년 말 기준 전체 자산 1693억달러의 77%인 1306억달러를 해외 주식·채권 등 소위 전통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나머지는 헤지펀드, 사모 주식,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투자다.

1306억달러 중 절반인 649억원이 해외주식 투자 분이다. 이중 76%(496억원)는 KIC가 직접 굴리고, 나머지는 간접 운용한다.

그렇다면 KIC는 몇 개국 증시에 투자를 할까. 작년에는 46개국 증시가 투자 대상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모두다 직접 투자하는 것은 아니고 투자한 펀드에 여러나라 증시 주식이 함께 들어 있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07년에는 24개국 증시에 투자를 하고 있었는데 증감을 반복하다가 2020~2021년엔 49개국 증시 주식이 KIC의 투자 대상이 됐다. 작년엔 여기서 3개 나라 주식이 빠졌다.

해외 주식 중에는 미국 주식의 비중이 가장 높다. 작년 말 기준 63.3% 미국 주식이었다. 2019년 57.9%에서 2021년 63.6%까지 늘었다가 약간 줄어들었다. 미국 주식 다음으로 비중이 큰 것은 영국을 제외한 유럽 주식(13.9%)이고, 아시아·태평양 신흥국(6.2%), 일본(5.1%)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미국 증시 주요 보유 중목의 비중을 일부 줄였다. 주식 수 기준 3분기 말 대비 애플 주식을 10%,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9% 줄였다. 마스터카드 주식만 2%가량 늘었다. 일라이 일리(6% 증가)와 테슬라(13%), 화이자(7%) 등은 보유량을 늘렸다.

◇KIC도 오죽했으면

지난해 KIC의 수익률 -14.4%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17.5%)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주식·채권의 수익률을 따로 분리해서 살펴보면 -17.6%로 2008년(-13.7%)보다 낮다.

지난해의 투자 난도는 극단적으로 높았다. 주식과 채권에서 모두 다 수익을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008년의 경우 주식 직접 투자 수익률이 -35.2%, 간접 투자 수익률이 -41.9%였다. 그렇지만 채권에서 직접·간접 각각 5.3%, 3.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해엔 주식의 경우 직접(-18.7%)과 간접(-20.8%) 수익률이 모두 저조했는데, 채권 수익률도 -16.9%(직접)와 -15.5%(간접)로 가장 나빴다. 기획재정부도 “통상적으로 위험자산인 주식 가격 하락 시 안전자산인 채권은 방어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2022년은 주식·채권이 동반 하락하는 어려운 투자환경이 발생했다”고 했다.

작년 ‘마이너스 수익률’은 실제로 확정된 손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 손실’이다. 중요한 것은 올해를 비롯해 앞으로의 수익률이다. 송언석 의원은 “전세계적으로 투자환경이 어려워지긴 했지만, 국민의 혈세로 운용되는 국부펀드가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최악의 손실을 낸 것은 상당히 아쉬운 모습”이라며 “올해에는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목표 수익률을 반드시 넘어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KIC는 2008년 큰 손실을 봤지만, 2009년에는 17.6% 수익률을 기록하며 평가 손실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