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에서 절대로 하면 안 되는 행동이라는 걸 모른다는 것인가. 정말 이렇게까지 말하고 싶진 않지만 일본의 열등화가 걱정된다.” “범죄는 아닐지 몰라도, 이런 일을 태연하게 저지르고 SNS에 남기는 무리는 말 그대로 범죄예비군이다.” “이제 강력한 사회 인프라가 되어버린 SNS와 스마트폰을 없앨 수는 없다, 그보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작년 11월 개장 이후 관람객들이 몰려 연일 초만원인 일본 테마파크 ‘지브리파크’가 10일 여론의 중심에 섰다. 아이치현 나가쿠테(長久手)시에 있는 지브리파크는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을 현실 세계에서 구현한 공간이다.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노노케 히메 등 추억 속의 유명한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아이와 어른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숲속에 살고 있는 신비로운 생명체인 토토로./지브리파크

그런데 이런 지브리파크에서 젊은 남성들이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사진들이 SNS에서 퍼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소녀 캐릭터(영화 게드전기 등장인물)의 가슴을 만지거나, 소녀 캐릭터(영화 추억의 마니 등장인물)의 치마 속을 도촬하거나 유괴하려고 입을 막는 사진 등이다. 남성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담은 사진들을 고발한 트윗은 10일 현재 조회수가 850만회에 육박할 정도다. 일본 네티즌 수사대가 출동해서 사진을 SNS에 올린 계정들을 색출해 냈는데, 현재 해당 계정들은 모두 폭파되고 삭제됐다.

지브리파크 포토존에서 찍은 부적절한 사진들의 일부./트위터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정치인들은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지브리파크가 위치한 아이치현의 오오무라히데아키(大村秀章) 지사는 지난 9일 “아이치현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벌어졌는데, 의연하게 대처하겠다”면서 “아이들과 어른이 다 함께 오는 장소인 만큼, 남을 불쾌하게 하는 분들은 방문하지 마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오오무라 지사는 “지브리파크 측에도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마녀 유바바./지브리파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요괴 가오나시./지브리파크

한편, 지브리파크는 아이치현이 총사업비 약 340억엔(약 3300억원)을 들여서 작년 11월에 오픈했다. 나고야 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40~50분쯤 걸리는데, 축구장 10개에 맞먹을 만큼 부지가 크다(7만1000㎡). 지난 2017년 사업 계획이 발표된 이후, 5년여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 지브리파크 조성을 주도했다. 총 5개 시설 중에 3곳만 작년에 선공개됐고, 나머지 2개 시설은 올해 가을 이후 오픈 예정이다.

지브리파크는 사전 예약제이며, 유료다. 지브리 대창고, 청춘의 언덕, 돈도코숲 등 3개 시설을 관람하려면 어른 기준 4000엔(어린이 2000엔)이 든다. 원작의 세계관을 충실히 재현했고 디테일도 생생하게 살아있어서 실제 만화 속으로 들어온 것 같다는 리뷰가 많다. 지브리파크에 입장하면 이 곳에서만 상영되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고,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와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주말 티켓은 구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