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정순신 변호사 아들 학폭으로 본 敎테크(上)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소송의 실상이 궁금해 판결문을 구해 직접 읽어 보았다. 지난 2017년 정 변호사 아들은 고등학생 시절 동급생에게 8개월 동안 언어 폭력을 가하였고, 그 후 다른 학생에게도 그런 짓을 저질렀다.

하지만 정 변호사는 재심, 행정소송,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꼼수들을 동원해 대처했다(나무위키의 ‘정순신 아들 학교폭력 가해 사건’ 항목뿐만 아니라 사라보님 글도 상당히 꼼꼼하다. 네이버에서 ‘사라보 정순신 아들’을 검색하면 2개가 나온다).

학교폭력 가해자 부모가 자식을 비호하기 위해 소송 같은 법적 꼼수들을 남발하며 시간을 끌고 피해자 가족을 억누른 일은 지난 3년간 300건이 넘었다. 가해 학생 측에서 학폭위에 참여했던 ‘교사’를 무고 혐의로 고소한 사례도 있었다(2023년 2월 28일 KBS 9시 뉴스).

어느 기숙사형 고교에선 가해 학생이 학생 1명에게 라이터와 스프레이로 불길을 쏘는가 하면, 성기를 때리고, 음식을 입에 욱여 넣기까지 했다. 하지만 가해 학생은 전학을 가라는 학폭위 결정에 반발해 소송을 냈고, 법원은 1년 6개월이 지나 졸업할 때가 다 되어서 소송을 기각했다(2023년 3월 6일 MBC 8시 뉴스).

아직 나는 보지 못했지만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아마도 학폭이나 왕따에 대한 직접적 혹은 간접적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 아닐까 싶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내가 이번 칼럼에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정순신 아들의 언행이다. 그 아들은 평상시 계속 아버지 자랑을 하며 “내 아빠가 아는 사람이, 내 아빠가 아는 사람이…”를 언급하곤 했다. 또 “검사라는 직업은 다 뇌물을 받고 하는 직업이다. 내 아빠는 아는 사람이 많은데, 아는 사람이 많으면 다 좋은 일이 일어난다.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 등의 말도 했음이 증언 자료에 나온다.

“검사라는 직업은 다 뇌물을 받고 하는 직업이다”라는 말을 보고 20년 전에 내가 뇌물을 받는 자의 자식들을 향해 썼던 글이 떠올랐다.

만일 당신 아버지가 공무원이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도 없는데 당신 집이 잘 살고 있다면 당신 아버지는 겉으로 제아무리 점잖고 인품 있고 온화하게 보여도 틀림없는 도둑놈이고 당신은 그 도둑놈 자식이다. 당신이 아버지 덕분에 누리게 된 것이 그 무엇이든지 간에 그 아버지를 부끄러워하여라! 뇌물로 들어온 갈비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따위의 도둑놈 기도는 절대 하지 마라. 가증스럽다.

그런데 왜 그 아들은 고등학교 1학년 나이에 “검사라는 직업은 다 뇌물을 받고 하는 직업이다”라고 자랑했을까?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는 생각은 어디서 생겨났을까? 어째서 그 아들은 “아빠가 (검사여서) 아는 사람이 많다”는 식으로 위세를 부리고, “돈 많고 사회에 불만 없는 우파 보수 친구들을 구한다…정치 성향 테스트만 통과하고 면접을 해서…”라는 공지를 후배를 시켜 학생들에게 보내게 하였을까?

정순신 변호사가 인천지검 특수부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건 수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

아버지인 정 변호사는 2001년부터 근 20년 검사로 일했고, 아들이 고교생이었을 때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아들은 검사 아버지가 뇌물을 받으며 무조건 소송에 이기려고 판사와 친하게 지내려는 것만 보고 자랐단 말인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내가 고1이었던 1971년의 일이다. 아버지가 고위직에 있는 친구 집에 갔는데 그 집에는 미제 대형 냉장고가 2대나 있었다. 식구도 얼마 안 되는데 어째서 저렇게 큰 냉장고가 2대씩이나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뇌물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2대로도 모자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후 나는 과외 선생을 할 때, 대형 냉장고가 2대 이상 있는 집은 숨겨야 할 돈이 많은 집으로 여기고 보수를 아주 비싸게 부르곤 했다.

나는 내 아이들이 다닐 학교가 부잣집 자녀들이 대부분인 학교보다는 여러 계층의 자녀들이 섞여 있는 곳이 바람직하다고 시종일관 믿어왔다. 그래서 ‘강남구’에서는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다. 취학 자녀를 둔 부모(재력이나 권력이 있는)가 서울 어느 지역에 살면 애들에게 좋으냐고 물으면, 언제나 여의도를 추천했었다.

20여년 전 생각인지는 몰라도 여의도는 유흥업소가 적고, 그 지역 아이들만으로는 모자라서 다른 지역의 아이들까지 같은 학교에 배정된다. 이런 학교에서 공부해야 환경과 생각이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 세상에 있음을 인지할 수 있고, 그들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갈 기초 체력도 연마할 수 있다고 믿는다.

도대체 정순신 부부는 아들에게 뭘 가르친 것일까? 돈의 힘? 권력의 힘? 오죽하면 판결문에서 판사는 “큰 죄책감이나 죄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후 피해 학생에게 직접 진심 어린 사과를 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학교에 제출한 사과문 역시 지나치게 형식적이어서…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끝까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정 변호사의 아들은 어떻게 해야 생각이 깨질 수 있을까? 내가 볼 때는 거의 불가능하다. 부모로부터 주입된 생각과 행동은 쉽사리 바뀌지 않음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두환 손자가 자기 일가 전체를 비난하면서 “출처 모를 검은 돈을 쓰고 있다, 법이 정의를 구현하지 못해서”라고 한 것에 대해 이해되는 일면이 있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과 그의 손자들. 손자 전우원(24)씨는 SNS에 사진을 공개하며 가족들의 죄를 모두 알리겠다고 선언했다./뉴스1

전두환 아들 중 1인이 보유했던 부동산이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제3자에게 법적으로 양도되는 과정을 지켜본 경험도 내게 있고, “부모의 더러운 돈을 받아야 할까요”라고 괴로워하면서 내게 메일을 보낸 독자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지적하려는 것은 정순신 부부의 태도이다. 담당 교사조차 “1~2차 정군 진술서에서 회피하는 모습이 강한 이유는 아버지가 써준 걸 보고 썼기 때문”, “반성을 전혀 안 하고 있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바 있다(판결문을 읽어보면 적어도 교사들은 할 도리를 다하고 꿀리지 않고 할 말 다하였음이 나타난다).

피해 학생과 그 부모가 원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가해 학생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가해 학생 가족이 한 것이라곤 법률 기술자의 수법을 모두 동원하여 시간을 질질 끄는 것뿐이었다. 가해 학생 부모에게 대응 요령을 알려주면서 자기가 치밀한 대응법을 알고 있으니 찾아오라고 광고하는 변호사도 한둘이 나타난 게 아니다.

도대체 법률 기술자들 머리 속에는 뭐가 들어 있기에 그럴까? 학교 폭력이 무슨 재산 분할을 위한 이혼 소송이냐? 왜들 그렇게 인간 세상에서 용서받는 법을 개뿔도 모를까? 법이 다가 아니지 않은가(내가 언론에 글을 쓸 때 제일 불편한 것은 욕을 못한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 어느 금요일 저녁의 일이다. 가깝게 지내던 대기업 이사 A로부터 갑작스레 전화가 왔다. A에겐 공부할 만큼 했고 좋은 외국계 회사에 다니며 결혼을 앞두고 있던 아들이 있었다. 그런데 아들 앞으로 어느 경찰서에서 폭행 혐의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출석 요구서(소환장)가 왔다는 것이다.

A는 “얼마 전에 아들이 새벽에 귀가한 적이 있다”며 아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직장 동료와 술을 좀 마신 후 택시를 탔다. 찬바람을 쐬어 정신을 차리려고 창문을 열었다. 그런데 나이 많은 택시 기사가 이상하게 행동했고 별것도 아닌 일로 시비가 붙었다. 기사가 택시를 경찰서로 몰더라. 그래서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는데, 술에 너무 취해서 잠을 잤다. 새벽이 되어 집에 가라고 해서 이제서야 왔다.”

A는 내게 물었다. “아들이 대수롭지 않게 말해서 별일 아니구나 했습니다. 그런데 폭행 혐의 조사라니, 괜찮을까요?” 이때 내가 물은 것은 딱 하나였다. “혹시 출석 요구서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줄여서 특가법) 어쩌고 하는 말은 없던가요?” A는 그 말이 있다고 했다. ⇒하편(“피멍 든 아들의 허벅지” 남의 마음에 피멍 들게 하지 말라)으로 지금 계속됩니다. 조선닷컴에서 여기를 클릭하시면 바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세이노의 가르침’ 연재를 구독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