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서울시내 한 백화점 롤렉스 매장 앞. 올초 서브마리너와 데이저스트 등 인기 모델 가격을 2~6%가량 올렸는데도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뉴시스

롤렉스는 전 세계에서 명품 시계의 대명사로 통한다. ‘파텍필립’, ‘오데마피게’ 같은 더 비싼 브랜드도 있지만, 인기는 롤렉스가 단연코 1등이다. 새벽부터 수십 명이 매장 앞에 줄 서는 ‘오픈런’이 일상이다.

중고 시장에서 인기는 돈이 된다. 롤렉스 인기 모델은 판매가 보다 수백만~수천만원의 웃돈을 주고 사야 할 정도다. 중고 거래 업체, 명품 시계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내 검색 순위, 거래량 1등은 모두 롤렉스 차지다. 소비재였던 명품 시계가 자산,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인기는 더 높아졌다. 게다가 롤렉스 매장은 ‘공기를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물 구하기 어렵다. [돈그랑땡]은 서울 압구정에 있는 명품 시계 중고 거래 업체 ‘한국시계거래소’에서 김용정 점장을 만나 롤렉스의 진가를 따져봤다.

🔸왜 롤렉스를 사야 될까?

–롤렉스는 왜 중고시장에서 인기가 많나요?

“롤렉스는 전 세계에서 명품 시계로 통하고, 무게, 재질, 마감 등 전반적인 퀄리티가 좋아요. 하지만 시계 자체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중고 시장의 인기는 더 많은 이유가 있죠. 첫째로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새상품은 새벽부터 5~6시간씩 기다려도 원하는 모델은 구경조차 하기 힘들어요. 둘째로, 자산으로서 가치가 있습니다. 롤렉스는 매장 가격이 꾸준히 올라서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이 있고, 모델에 따라 중고로 되팔면 수백만원의 웃돈을 받고 팔 수 있거든요.”

–롤렉스로 재테크를 할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시세 차익은 누리기 쉽지 않을 거예요.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대부분 모델의 프리미엄이 빠지고 있거든요. 다만, 인기 모델이 판매가 이하로 빠지기는 어렵고, 판매가는 계속 오르기 때문에 자산으로서 가치는 유지될 것 같습니다.

한국시계거래소 압구정점의 김용정 점장이 롤렉스의 인기 모델 GMT 마스터2 '스프라이트'를 보여주고 있다. /채제우 기자

–롤렉스 말고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브랜드는 없나요?

“파텍필립의 ‘노틸러스’ 모델은 판매가가 4000만원대지만, 중고 시장에서 1억3000만~1억4000만원에 거래 돼요. 하지만 가격대가 높고, 수년씩 대기를 해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 고객들이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최고급 브랜드를 살 만큼의 경제력을 갖춘 구매자를 찾기도 힘들고요. 롤렉스 보다 급이 낮은 1000만원 이하 브랜드는 한정판 모델도 감가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1000만원짜리 이상을 사야 차익을 볼 수 있는 건가요?

“평균적으로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1000만원 넘는 시계를 단순 소비재, 사치품으로 본다면 사는 게 이해 안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이제 시계는 자산으로 봐야 해요. 물가가 오른 것보다 명품 시계의 판매가와 중고 거래가가 몇 배는 많이 높아졌거든요. 실제로 시계를 사서 골드바처럼 집에 모셔두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만큼 수익률이 좋고, 자산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거죠.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명품관 앞. 롤렉스 매장 번호표를 받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 /뉴스1

🔸활성화된 개인 중고 거래...정말 괜찮을까?

–자산이 된 만큼, 중고로 되팔 생각이 있다면 관리를 잘해야겠네요.

“시계는 충격, 찍힘, 스크레치의 정도에 따라 값이 수백만원씩도 차이가 납니다. 또, 값을 잘 받으려면 보증서를 꼭 보관해야 해요. 대부분 명품 브랜드는 보증서 재발급이 안 되고, 보증서가 없으면 보증 기한이 남았어도 무상 AS가 안 되거든요. 게다가 구매자 입장에서도 보증서가 있으면 믿음이 가서 거래가 더 잘 됩니다.”

–고액이라서 개인간 거래는 위험할 것 같습니다.

“최근 중고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생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과거에는 사기 당할까 걱정이 돼서 개인 간 거래를 주저했는데,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개인간 거래가 일상이 됐어요. 그에 따라 사기도 늘어났죠.”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은 괜찮을까요?

“업계 종사자로서는 플랫폼을 통한 (명품 시계) 거래는 말리고 싶습니다. 개인 간 거래는 절도, 사기 등의 위험과 대가를 온전히 본인이 감당해야 하거든요. 게다가 롤렉스는 가품 수요가 늘면서 제조사도 많아졌고, 제조법이 정교해져 개인이 육안으로 가품을 구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사기를 당하기 쉽겠네요.

“맞습니다. 그래서 전문 감정사의 확인을 거치는 중고 거래 업체를 통하라고 권합니다. 자체 보증서를 발행해주는 업체면 더 믿을 수 있겠죠. 한국시계거래소의 경우, 실거래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어서 시세 파악도 쉽습니다. 롤렉스는 베젤, 밴드, 다이얼 색상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잘 모르고 샀다가는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사서 손해 볼 수도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