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금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달 국내 순금 가격은 역대 최고가를 찍었고, 은행에서 골드바(금괴) 매매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9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순금 한 돈(3.75g) 가격은 36만2000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말에 비하면 13% 가량 올랐다. 서울 종로3가 귀금속타운에선 ‘조만간 40만원을 뚫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29일 현재는 순금 한 돈 가격은 35만2000원(살 때 기준) 정도다. 한 돈 짜리 돌반지 선물을 하기엔 부담스러운 금액이 됐다.
금값이 고공행진을 지속하자, 장롱 속에 잠자고 있던 금붙이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터넷 맘카페에는 “대출 이자가 올라서 생활이 빠듯한데, 애들 돌반지를 지금 팔면 어떨까요?”라거나 “요즘 금값이 너무 좋아서 큰맘먹고 황금열쇠 처분했어요”라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고물가 시기에 부족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금을 처분하는 모습은 유례없는 물가 상승에 신음하는 일본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후지TV는 지난 22일 20년 전에 30만엔(약 296만원)을 주고 산 100g(26.6돈)짜리 골드바를 처분하는 40대 여성의 사연을 소개했다. 일본 도쿄 긴자에 위치한 귀금속거래소를 찾은 이 여성은 “최근 금값이 많이 올랐다는 뉴스를 듣고 팔러 나왔다”고 말했다.
귀금속거래소 직원이 당일 금값으로 계산해 알려준 100g 골드바 매입가는 87만엔(약 860만원). 그저 금고 속에 보관만 해뒀을 뿐인데 3배로 불어났다. 1만엔짜리 지폐 87장을 손에 쥔 여성은 대만족하며 가게를 나섰다.
“나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분산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20년 전에 골드바를 사뒀어요. 코로나 때문에 직장을 잃어서 현재 무직인데, 생활은 그럭저럭 하고 있지만 그래도 현금이 있으면 든든하겠다고 생각해 금을 팔러 나왔습니다.”
20년 전 30만엔에 골드바를 사서 87만엔에 처분한 이 여성의 경우, 연평균 세후 수익률을 계산하면 5.5%였다.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평균 연평균 수익률은 4.8% 수준이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현재 금값은 2013년 고점 수준까지 올랐지만 실은 7년 동안의 암흑기도 거쳤다”면서 “금은 안전자산이라기 보다는 변동기의 대피자산으로 생각해야 하고, 시장 상황이 좋을 땐 오히려 위험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에도 순서가 있다>를 쓴 홍춘욱 박사도 금에 올인하는 것은 위험한 투자라고 강조한다. 홍춘욱 박사는 “2000년부터의 성과가 아니라, 1980년대 이후 금의 장기 성과를 살펴보면 대단히 부진하다”면서 “80년대엔 각국 중앙은행이 고금리 정책을 펼쳐서 인플레이션 기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했고, 이자 한 푼 안 나오는 금값은 폭락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금을 어떻게 처분하면 좋을까? 가장 편한 방법은 귀금속가게에 직접 가서 파는 것이다. 서울이라면 종로3가 귀금속타운에 가면 가게가 많아 선택지가 넓어진다. 기자도 최근 금을 처분했는데, 가게마다 매입 가격이 똑같지 않고 제각각이어서 놀랐다. 상점을 한 곳만 가지 말고 두세군데 방문해 예상 매입가를 비교해보는 게 유리하다. 도로변보다는 골목이나 후미진 곳에 위치한 가게에서 금값을 더 잘 쳐준다.
젊은층은 당근마켓·중고나라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매수자가 거래하는 척 하면서 금팔찌를 들고 도망친 사건도 있었고, 보이스피싱에 이용 당할 위험도 있기 때문에 신중히 거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