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PT:재테크 본질>을 쓴 최범규 전문가가 답변드립니다✅
대나무가 휘어지지 않고 곧게 자랄 수 있는 건, 바로 마디 때문입니다. 마디는 성장을 멈춘 결과로 생겨납니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보다는 때론 잠시 멈춰 에너지를 축적하는 것이 인생에서 중요하다는 지혜를 대나무는 알고 있는 겁니다.
은퇴를 5~7년 앞둔 4말5초(40대 후반~50대 초반)도 잠깐 멈춰서 현재 위치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인생 방향을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가 경제적으로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노후 생활도 구체적으로 계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 4말5초인 상담자가 미래에 대비해 지금 무엇을 챙겨보면 좋을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상담자는 현재 반포와 판교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부동산에 투자한 덕분에 노후 포트폴리오에 든든한 중심축이 됐다고 판단됩니다. 지금은 주택 시장이 다소 부진하지만, 입지가 좋기 때문에 크게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 봅니다.
현재 세후 소득은 월 1000만원이며, 월 지출 600만원을 제외하면 400만원의 여유 자금이 생깁니다. 400만원은 주된 직장 퇴직 후에 예상되는 ‘마(魔)의 10년’을 잘 건너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마의 10년이란, 오래 근무한 첫 직장에서 퇴직한 뒤 국민연금을 받는 시점(65세)이 되기까지의 소득 절벽 구간을 말합니다. 이 시기는 자녀 교육이나 혼사(婚事) 등으로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인생의 허리 구간이기도 하죠.
하지만 퇴직 이벤트가 발생하면 소득이 끊기고, 설사 재취업을 한다고 해도 월급이 작아져서 버티기가 쉽지 않습니다. 40대에 하던 관성이 있어서 씀씀이를 바로 줄이며 급정거하는 건 힘들고요.
상담자는 55세 퇴직을 예상하고 있으니 ‘마의 10년’이지만, 더 일찍 퇴직하면 ‘마의 15년’으로 늘어나기도 합니다. 마의 10년 구간을 잘 건너가려면, 집만 믿고 있으면 안 되고 통장에 현금으로 따박따박 꽂히는 연금이 있어야 합니다.
연금 계좌(연금저축+IRP)는 현역 시절에 세액 공제를 누리다가 퇴직하면 노후 생활비로 수령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올해부터 마침 연금 계좌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가 종전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확대됐습니다. 상담자처럼 여유 자금이 있다면 추가 불입을 꼭 실행해야죠.
연금 계좌는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가입할 수 있지만, 비용이 낮으면서 플러스알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증권사에서 가입할 때입니다. 계좌 내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직접 매매할 수 있고, 다양한 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상담자가 연금 계좌에 올해 900만원을 납입한다고 가정하면, 세액공제 혜택이 있어서 118만8000원을 돌려받습니다. 단순 수익률로 환산하면 13.11%나 되네요
연금 계좌에서 펀드나 ETF를 개별적으로 고르는 게 어렵다면, 투자자문사나 증권사에서 운영하는 자문형 상품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또 이미 가입 중인 연금 계좌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연금저축 계좌 이전 제도’를 활용해서 금융회사를 갈아타면 됩니다.
그런데 연금 계좌는 만 55세가 지나야만 인출이 자유로워지고, 10년 이상 가입 기간도 충족해야 하고, 연금 수령 시기에 따라 연금소득세(3.3~5.5%)를 내야 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연 1200만원 이상 연금을 수령하면 종합소득세 대상자가 되고, 노후에 건강보험료를 추가 납부할 수도 있으니 꼭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퇴직금도 마의 10년 구간을 건너기 위한 생존툴로 빠뜨릴 수 없지요. 55세 이후 퇴직하면, 퇴직금은 일시금 혹은 연금 중에서 수령 방식을 고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퇴직금은 한꺼번에 수령하지 않고 연금으로 받아야만 퇴직소득세를 30~40% 아낄 수 있습니다. 퇴직금이 크다면 연금으로 수령할 때의 절세 효과는 더 커지겠죠. 퇴직금은 근로자가 지정한 IRP(개인형 퇴직연금) 계좌로 수령하면 됩니다.
배우자의 ‘나홀로 노후’에 대한 준비도 필요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남성 80.6세, 여성 86.6세로, 여성이 6세 높습니다. 단지 5년, 10년 뒤가 아니라 아내가 혼자서 생활하게 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퇴직 이전에 미리 계획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대비책은 국민연금입니다.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연금액이 달라져 가입자에게 매우 유리한 상품입니다. 올해 국민연금 수령액은 5.1% 늘었는데, 고물가가 반영되면서 증가했죠.
국민연금은 최소 납입 기간이 10년인데, 추가 납입 제도도 있으니 알아 두세요. 추가 납입은 처음 국민연금 가입을 시작한 시점부터 따져봤을 때, 이직이나 실직 등으로 국민연금를 납부하지 않은 예외 기간이 있다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해당 기간만큼 현재 납입하는 연금액 기준으로 추가 납입하면, 노후에 받을 연금액을 늘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적립식 펀드 투자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상담자는 국내외 주식과 펀드를 1억원 어치 갖고 계신 걸 보니, 투자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으신 것으로 보입니다.
은퇴자들을 직접 상담해 보면, 상당수가 투자에 전혀 관심이 없는 상태로 노년을 맞이합니다. 한두 번 부정적인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투자에 담쌓고 30년 넘게 살다가 은퇴 이후 돈을 조금이라도 불려보겠다며 성급하게 나서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은퇴 후에 갑자기 투자를 시작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런데 적립식 펀드는 실패하기 어려운 투자법입니다. 매월 일정액을 기계적으로 매수하면 이른바 ‘매입 단가 평준화 효과(Cost Average Effect)’로 실패 확률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2~3개 펀드에 매월 일정 금액을 2~3년간 꾸준히 투자하길 권해 드립니다.
참고로 최근 국내 증시에선 2차전지 관련 펀드들의 수익률이 꽤 좋았습니다. 3개월 수익률이 68%가 넘는 상품도 있었죠. 글로벌 은행 불안으로 시장 전망은 불투명하지만, 이럴 때가 오히려 배당주와 기술주 중심으로 적립식 투자를 시작하기엔 유리한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 3월 양회(정치행사)를 개최해 시진핑 3기 내각이 출범한 중국도 긍정적으로 보이네요.
2~3년 동안 적립식 펀드 투자로 목돈을 만든 다음에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스스로 구축해 보시기 바랍니다. 적립식 투자를 통해 탄탄히 내공을 다진다면 소중한 연금을 더 잘 지키게 될 것입니다.
4말5초는 퇴직 후 예상되는 ‘마의 10년’을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입니다. 은퇴 이후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기 위해서라도 미리 다양한 경험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미 부동산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자산을 확보해 두신 만큼, 금융 투자를 통해 꺾이지 않는 현금 흐름을 만든다면, 더 행복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