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 환율도 오른다고 해서 급락할 줄 알았는데, 쉬지 않고 날아오르네요. 언제까지 이렇게 오를까요?”(개인 투자자 A씨)

주식은 ‘불안의 벽’을 타고 오른다고 했던가. 올해 전세계 증시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코스닥 시장에 투자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코스닥지수는 장중 1.4% 넘게 오르면서 연중 최고치(869.52)를 기록하는 등 연일 상승 행진 중이다. 올해 코스닥지수가 하락한 날은 65거래일 중 19거래일뿐이었고, 상승 마감한 날이 훨씬 더 많다.

중소형주가 몰려 있는 코스닥은 한 번 불이 붙으면 무섭게 타오르는 속성이 있다. 5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24.8%로, 세계 주요국 58개 지수 중 1등이었다. 같은 기간 형님인 코스피(10.7%)를 압도한 것은 물론, 미국 나스닥(17.4%), 대만 자취안(12.2%), 일본 닛케이평균(7.5%), 홍콩H지수(3.9%) 등도 큰 차이로 따돌렸다.

연일 오르는 지수에 시중 자금도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식 시장에 언제든지 투입할 수 있는 대기 자금을 뜻하는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3일 53조원을 찍어 작년 9월 2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초만 해도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예탁금은 43조원에 불과했는데, 어느새 10조원 넘게 증시로 되돌아온 것이다.

/일러스트=양인성

여의도 증권가는 예상치 못한 코스닥 급등세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올해 주가 하락을 예측하고 공매도(주가 하락에 베팅)했던 기관들은 손해가 만만치 않다는 후문이다.

지하 땅굴만 파고 있던 코스닥을 구출해 낸 건 개인들이다. 올해 개인들은 기관과 외국인이 내던진 4조2000억원 어치의 코스닥 주식을 순매수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개인 투자자가 주도하는 장이다 보니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이성적인 수준을 넘어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통 코스닥은 대형주에 영향을 주는 수출이 부진할 때, 그리고 금리인상 막판 국면에서 강한 경향이 있는데 지금이 그렇다”면서 “특히 2차전지 소재업종인 에코3형제(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가 코스닥 상승분의 30% 이상을 기여했다”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이어 “지금까지 시장에 남아 견딘 개인 투자자들은 소위 선수거나, 주식 애정이 남다른 사람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스닥 상승 랠리에 기혼 여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맘카페도 들썩이고 있다. “주변에서 2차전지로 큰 재미 보길래 따라서 비자금 넣었는데 한 달 만에 50% 수익 났어요!” “지인이 코스닥 투자해서 100% 벌었다는데, 지웠던 주식앱 다시 깔아야 할까요?” 등 용기있게 베팅해서 수익을 냈다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험난한 증시에서 살아남은 여성 전사들은 야수의 심장으로 거래하고 있다. 5일 삼성증권이 순자산 1억원 이상인 강남권 여성 투자자 1만1300명의 단기매매 종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매매 상위권에 포진한 종목은 모두 2차전지 관련주였다. 1위는 올해만 330% 넘게 오른 에코프로였고, 2위는 에코프로비엠, 3위는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이었다. 4~5위도 2차전지 관련주였고, 국민주(株)였던 삼성전자는 6위였다. 삼성전자, 삼성SDI, 카카오, 네이버, 현대차 등이 상위권인 보유종목 포트폴리오와는 온도차가 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학개미 운동 이후, 삼성전자와 카카오 등은 투자 포트폴리오 내에서 철옹성을 구축해 왔는데, 2차전지 열풍이 불면서 에코 3형제를 선봉으로 한 코스닥 대공세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번 주 삼성전자의 부진한 실적 발표가 예상되고 있는데, 이를 계기로 다시금 대왕의 반격이 시작될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정 테마에만 자금이 쏠리고 있다며 신중히 매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2016년 한미약품이나 2019년 신라젠 때도 그랬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성장 스토리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신용잔고가 계속 불어나고 있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코스피 신용융자 잔고는 9조원(연초 8조7000억원),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는 9조7000억원(연초 7조7000억원)으로 코스닥이 더 많다.

재테크 전문가 박현욱(필명 슈엔슈)씨는 “2차전지 관련 종목은 긴 호흡으로 투자하고, 지금은 차라리 반도체나 자동차가 바닥 근처라고 생각하고 모아가는 분할매수 전략이 좋을 것 같다”면서 “2차전지를 사자니 너무 올라 부담스럽고 지수는 계속 오를 것 같다면 차라리 지수를 따라가는 상장지수펀드(ETF) 매매를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