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부동산팀장이 답해드립니다

상담자 가정은 본인과 배우자 모두 향후 약 2년, 60세 초반까지 각자 더 일할 수 있는 여건인 것으로 보입니다. 두 사람 각자의 연금 수령액을 합하면, 향후 10년 동안은 월 745만원이 들어옵니다. 수령 또는 수령 예정인 연금 중 150만원은 2034년 10월에 종료될 예정입니다. 부부가 70대에 이르는 시기 이후엔 연금 수입이 600만원 정도인데, 부부가 노후를 보내는 데에는 부족하지 않습니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은퇴 부부가 월 평균 적정 생활비라고 생각하는 금액은 314만원이라고 합니다. 이 자료와 비교하면, 상담자 가정의 예상 연금 수입은 꽤 넉넉한 편이죠. 물론 노후 생활비는 가계의 소비 특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평균치는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일 뿐이지만, 상담자 가정처럼 고정 수입이 크면 가계 재무구조는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더구나 부부가 받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물가에 연동되어 커지기 때문에 더 안심이죠.

물론 노후에 기본 생활비 외에도 의료비 부담 증가 등의 변수는 고려해야 합니다. 부부의 현재 건강 상황과 질병 등 가족 내력을 감안해 준비하시면 됩니다.

자, 이제 상담자의 고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상담자 가정의 보유 자산은 서울 광진구 소재 15억원 상당 아파트(아내 명의)와 예금 9억원입니다. 여기에다 2025년 부부 퇴직 시점까지 열심히 저축해서 1억5000만원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부부는 30년 넘게 일하면서 모은 재산을 노후에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우선 부부는 자녀에게 결혼식 비용 지원 외에는 재산을 일찍 물려줄 계획은 없습니다. 자녀에게 재산을 미리 물려주면 ‘헝그리 정신’이 사라져서 독(毒)이 되므로 쓰다가 남는 것이 있다면 사후에 줄 생각이고 자녀들도 동의했다고 합니다.

아내는 고물가 시대에 자산을 지키는 방법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 매수 계획을 고민 중입니다. “부부가 앞으로 몇 년 더 일할 수 있고 연금액도 적지 않아서 노후 필수 생활비는 확보했다, 여유자금에다 대출을 일으켜서 강남 재건축 소형 아파트에 투자하자”는 것이 아내 의견입니다.

반면 남편은 “대출을 상환하려면 아끼고 저축해야 하는데 그런 삶은 이제 싫다,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을 구입해서 월세 수입으로 추가 현금 흐름을 만들자”는 의견입니다. 자금의 운용 대상과 방향이 부부끼리 서로 다른 상황이네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려야 후회가 없을까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남편보다는 아내의 계획이 더 나아 보입니다. 우선 남편 계획처럼 자금을 진행할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현재 가진 여유자금에 보증금이나 대출을 받아 구입을 검토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은 집합상가 또는 오피스텔이나 외곽지역 내 상가주택이 될 것입니다.

먼저 집합상가(구분상가)란 아파트단지 내 상가 또는 오피스텔 등 중대형 건물 내에 구분 등기되어 거래되는 형태의 상가를 말합니다. 통상 약국이나 커피전문점 같은 생활업종 위주로 임차인이 구성됩니다. 토지와 건물 일체의 단독건물에 비해서는 임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임대수익률은 월세 수입이 안정적인 경우조차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수익형 부동산, 앞으로 벌고 뒤로 밑지기 쉬워”

결정적으로 구분상가는 매우 양호한 입지에 있는 경우라도 자본수익, 즉 자산가격의 상승 여력이 높지 않습니다. 월세를 받아 남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격이 쉽게 오르지 않아 투자로서는 실패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실이 생기면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고 관리비를 대신 내야 해서 ‘수익형 부동산’이 아니라 ‘손실형 부동산’이 되기도 쉽죠. 오피스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남는 대안은 외곽지역 내 상가주택과 같이 토지와 건물 일체의 단독건물입니다. 그런데 대개 투자가치가 높은 곳은 땅값이 비싸서 규모가 작아도 큰 금액이 필요하고, 결국 상층부 주택에 직접 거주를 겸하는 투자가 아니라면 쉽지 않습니다. 현재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고 편안한 거주를 선호하는 만큼, 적극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아내 의견대로 강남 지역과 같은 좋은 입지의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위험이 적으면서 편안한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강남 소형 아파트 쪽으로 투자의 틀을 잡더라도 대안을 하나 더 마련해 비교 검토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우선 아내의 원래 투자 계획은 강남에 노후된 소형 아파트를 약 10억 초반대에 투자하고 재건축까지 장기 10년 후를 보려는 것입니다. 문제는 아내의 의사가 강남에 신축아파트에 살고자 한다는 것이면서도 실제로 투자대상 아파트가 신축이 되려면 예상 10년 이상이 더 소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이 기간이 단축될 수 있는 물건이거나 강남에서도 더 투자가치가 높은 양호한 입지의 물건이라면 예산을 초과하게 될 테구요.

따라서 10억 초반의 노후된 소형 아파트를 투자한다면 목적이 10년(또는 그 이상) 후의 입주가 아니라 재건축 과정에서의 가격상승 자체에 있어야 합니다. 실거주 목적은 그 다음 나중의 결정사항일 뿐입니다. 어쨌든 투자대상으로서 강남지역의 소형아파트는 나홀로 아파트가 아니라면 좋은 투자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가격 회복력 빠른 상급지로 갈아타기 고려

강남 재건축 아파트 매수 외에 하나 더 고려할 만한 투자 대안은 지금 소유한 광진구 아파트를 1세대 1주택 비과세 조건으로 매각하고, 남은 돈에 여유자금을 보태서 강남과 같은 더 양호한 입지로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것입니다.

1세대 1주택 비과세 제도를 활용하면 광진구 아파트의 보유·거주기간에 따라 상당 부분 비과세 효과를 누리면서 세금으로 유실되는 자금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 투자와 직접 거주를 전제로 하는 만큼, 시장 상황에 따른 단기 시세 변동에도 크게 구애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파트에 풀베팅 투자를 하게 되면 가격 추이에 따라 삶이 출렁이기 쉬운데, 거주를 겸하고 있다면 크게 불안하진 않겠죠.

광진구보다 강남3구의 평당 가격이 높아서 완전 신축으로의 이주가 어렵다면, 준신축 단지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강남 신축 거주가 평생 로망이었다는 아내의 취향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도 있겠죠.

자녀들은 직장을 다녀 모두 독립했기 때문에 부부 두 명만 거주할 것이라는 점에서 집 크기를 줄여 이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 변화에 따라 강남에서도 소형 아파트에 대한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꼭 재건축이 아니라도 그렇습니다. 다만 완전 은퇴를 염두에 둬야 하는 시기인 만큼, 무리한 대출은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매매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주택 시장은 아무리 강남권이라고 해도 가격이 영원히 오를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집값 보합기에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은 있습니다. 각 지역에서 입지가 좋은 단지와 그렇지 않은 단지, 더 비싼 집과 덜 비싼 집 사이에 가격차가 더 벌어지는 ‘가격의 양극화’입니다. 집값 격차가 날로 커진다면, 상담자와 같은 1주택자는 입지가 훌륭한 상급지로 ‘거주+투자’를 겸한 갈아타기 전략을 펼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