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고 살아도 월 200은 순삭인데, 지금 통장에 있는 현금만 갖고 퇴직해도 될지 걱정입니다. 젊을 때 더 열심히 모아둘 걸 후회도 되네요.”(50대 회사원 이모씨)
‘노후 자금’이라고 하면 막연히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모자라면 어떡하지, 자식한테 손 벌리지 않고 살 만큼 충분할까?”하고 걱정하는 것이다.
중산층의 노후 준비 불안감은 설문 조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14일 본지가 SM C&C 설문 조사 플랫폼인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성인 50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후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 있느냐’는 질문에 ‘부족하다’는 응답이 42.9%로 가장 많았다. ‘전혀 안 되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17.9%에 달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6명은 노후 준비가 부실하다고 생각하며 인생 후반전을 암담하게 여기고 있다.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은 “일부 예비 은퇴자들은 노후 준비가 객관적으로 전혀 부족하지 않은데도 근거 없는 두려움과 불안감에 시달린다”면서 “구체적으로 은퇴 설계를 해서 보여주면 그제서야 ‘내 노후 준비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하면서 얼굴 표정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빈손 은퇴’ 공포 없애려면
인생 후반기는 수중에 돈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그런데 은퇴자산 준비는 내가 어떤 수준의 노후 생활을 꿈꾸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즉 노후 준비는 어디에서 살 것인지, 생활비는 얼마나 쓸 것인지, 은퇴 소득원은 충분한지 등 여러 조건에 따라 격차가 커진다.
김진영 밸런스자산연구소 대표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듯, 행복한 노후 생활을 보내려면 재무 구조를 미리 점검해야 한다”면서 “진단 결과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다면 스스로 조정하거나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아 대비하면 된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보내기 위한 핵심 원칙은, 나의 자산수명을 신체수명과 균형을 이뤄 탄탄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자산수명이란, 나의 은퇴자산이 유지되는 기간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은퇴 후에 자식이나 주변에 손 벌리지 않고 부부가 자립해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이다.
가령 은퇴자산 6억원인 사람이 60세에 은퇴해 매달 500만원씩 쓴다면, 10년 후 통장 잔액은 0원이 된다. 이렇게 통장 잔액이 제로가 되는 70세가 바로 이 사람의 자산수명이다(운용수익 미고려).
과도한 노후 불안감은 구체적인 재무 계획을 세우고 데이터를 시각화하면 덜어낼 수 있다. 경제적 자산수명이 신체적 평균수명보다 길다면 ‘무전장수(無錢長壽)’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은퇴자산을 아무리 많이 준비했어도 자산수명이 평균수명보다 짧다면 노후 파산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은퇴자산 2억원, 국민연금 월 103만원으로 은퇴할 예정인 60세 남성 A씨를 예로 들어 보자. A씨는 부부 생활비로 월 평균 300만원 정도만 쓸 예정이고, 요양보호사로 69세까지 계속 일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A씨의 자산수명을 계산해 보면, 86세가 나온다. 평균수명(83세)보다도 3년이나 길다. 자녀지원, 중대질병 등의 돌발 변수만 생기지 않는다면, A씨는 노후 생존 기간을 재정적으로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자산수명이 평균수명보다 짧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산수명을 늘리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은퇴 시기를 늦춰서 더 오래 일하거나 아니면 자녀에게 용돈을 넉넉히 받거나 혹은 적극적으로 자금 운용을 해서 투자 수익률을 올리면 된다. 부동산 쏠림이 강한 한국적인 특성을 고려한다면, 주택 다운사이징(규모 축소) 같은 방법을 활용해 여유 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겠다. 노후 생활비를 줄이는 것도 자산수명을 늘리는 묘수이지만, 가계의 소비 성향을 줄이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내손으로 직접 하는 ‘셀프 은퇴설계’
그렇다면 내 자산수명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연금과 현금, 은퇴시기, 운용수익률 등을 전부 고려해서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에겐 쉽지 않은 작업이다. 막막한 중산층 독자들을 위해 조선일보 [왕개미연구소]가 연금솔루션 개발업체 [셀리몬]과 함께 국내 최초로 ‘자산수명 간편 계산기’를 만들었다. 안방에서 간단히 해볼 수 있는 ‘셀프 은퇴설계 도우미’다.
조선일보 독자에게는 무료로 제공한다. 회원가입 없이 기사 하단에 있는 <자산수명 간편 계산기>에서 기본 정보를 입력하고 확인하면 된다. 아래 4가지 주의 사항만 숙지하면, 내 노후 준비 수준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세금, 건강보험료, 물가상승률 등을 전부 반영한 정확한 은퇴 설계는 금융회사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자.
💥이것만은 꼭!💥
1️⃣금융자산은 내가 가진 총자산 중에서 오로지 나의 노후 생활에 쓸 수 있는 금액만 입력해야 한다. 내가 거주하는 집, 상속용 부동산, 자녀 결혼 자금이나 주택마련 지원 등은 빼야 한다. 수년 후에 퇴직금을 받긴 하지만, 주택 대출금을 상환할 예정이라면 역시 포함시키면 안 된다. 종신보험 역시 내가 사망해야 돈이 나오므로 빼야 한다.
2️⃣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은 집으로 매년 배달되어 오는 국민연금공단 우편물을 보면 알 수 있다. 만약 기억하지 못한다면 국민연금 노후준비서비스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단 인증서 등으로 실명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울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국번없이 1355)에 본인이 직접 전화로 문의해도 알려준다.
3️⃣노후 생활비는 가정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통상 나이가 들수록 활동량이 줄기 때문에 돈은 덜 쓰게 된다. 물론 주택 대출금이나 출가하지 않은 자녀 등이 있다면 은퇴 후에도 적지 않은 금액일 것이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은퇴 부부가 월 평균 적정 생활비라고 생각한 금액은 314만원이다.
4️⃣예상 수익률은 본인이 결정해 입력해야 한다. 은퇴 후 자산을 예적금 등 안전자산으로만 굴린다면, 올해 기준 연 3~4% 정도는 가능하다. 좀더 공격적으로 운용한다면 고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손실 위험이 크기 때문에 노년기엔 바람직하지 않다. 투자 큰손인 국민연금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2013~2022년)은 4.7% 정도다.
▶️자산수명 계산기 바로가기 www.chosun.com/service/life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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