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강력 추진하라”고 밝히면서 사교육 시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 대통령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이며 불공정하고 부당하다”며 “교육당국과 사교육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작심 발언에 중고등 학부모 커뮤니티는 물론, 어린 아이를 키우는 맘카페까지 온종일 들썩였다.
사교육비는 학부모들의 불안을 타고 매년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지난해 사교육비 지출은 26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생 수는 줄고 있는데 사교육비 지출은 2조원이나 더 늘어났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해외에선 한국의 저출산 원인이 과도한 사교육비 때문이라고 본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5월 26일 ‘한국 출산율 0.78 쇼크’라는 기사에서 한국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사교육비’를 원인으로 꼽았다. 기사는 평일 밤 10시 서울 시내 학원가에서 귀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전하면서 사교육비 지출 때문에 적자 늪에 빠진 ‘에듀푸어(교육 빈곤층)’ 현상을 보도했다.
사교육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신흥 사교육 재벌’도 탄생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에 문을 연 ‘시대인재’가 주인공이다. 설립 후 10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지난해 매출 3189억원, 영업이익 299억원을 찍었다. 오로지 오프라인 학원만으로 거둔 성과여서 놀랍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9.4%로, 우리나라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률이 3.6%(1분기 기준)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나다.
주말이 되면 1만5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상경해 시대인재 수업을 듣는다. ‘대학을 잘 보내준다’, ‘의사 가운 입으려면 필수’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이 몰려왔다. 대찬, 새움, 다원 등 대치동 중소학원들을 연이어 M&A(인수·합병)하면서 몸집을 불려 ‘학원 포식자’란 별명이 붙었다. 내년엔 용인에 1500명 규모의 재수 기숙학원을 열고, 초중등·영유아 시장과 인강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라서 성장 엔진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대치동에 사는 40대 주부 김모씨는 “시대인재가 대치동 학원가의 상가 건물을 엄청난 속도로 삼키는 것 같다, 자고 일어나면 시대인재가 들어서고 있다”면서 “수많은 학생들이 시대인재 건물 앞에서 한 줄로 서서 자료를 받아 올라가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시대인재 파워가 대단하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대인재 성장세는 투자를 업으로 하는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는 “시대인재가 유명하다는 건 알았지만 재무제표에 이 정도 숫자가 찍히는지는 몰랐다”면서 “앞으로 성장 전략을 어떻게 짤 것인지에 따라 회사 가치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회사가 작년에 150억원이 넘는 VC(벤처캐피탈) 투자금을 전부 상환한 걸 보면 자신감이 큰 것 같다”면서 “신규 브랜드가 이렇게 자리잡는 건 드문 일인데,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인기가 엄청날 것 같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분석으로 유명한 ‘메르의 블로그’ 운영자 메르씨는 “빠르게 성장하는 개인기업의 전형적인 재무제표로 보인다”면서 “한국 엔터산업이 아티스트를 키우는 시스템을 강사 양성에 도입해서 스타 강사가 아니라 자체 강사로 성장을 하는 듯하다, 과거 공채를 통해 신입부터 인재를 양성하는 삼성그룹 초기 느낌이 난다”고 말했다. “부채는 은행 위주 차입이고, 영업활동에서 들어오는 현금흐름으로 안정적인 상환도 가능해 보인다, 올해 상환해야 하는 채무가 400억 좀 넘게 있는데, 일부 연장하고 일부 상환하면 재무도 큰 이슈가 없을 듯하다”고 메르씨는 덧붙였다.
그는 이어 “시대인재는 지분 거의 전부를 대표가 혼자 갖고서 개인기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조직이 더 커진 다음에도 지금과 같은 고성장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교육은 인공지능(AI)과 사람이 협업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 문제를 시대인재가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강사 영입, 사업 확장 등 수익성에만 치중해 정작 내실은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 초 시대인재 재수종합학원은 급식을 먹은 학생 130여명이 식중독 증세를 보여서 부실 급식과 관련해 학부모에게 거센 비난을 받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대인재는 영업이익률이 10%에 육박하니 수익성은 높지만 인건비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면서 “강사들만 재벌을 만들어주는 교육 플랫폼 기업이기 때문에 투자자로서는 사기 싫은 기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