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모임이나 회식 자리가 늘자 은행권 ‘모임통장’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모임통장은 한 번 개설하면 잘 옮기지 않는 데다 금리도 낮아 은행 입장에서는 ‘효자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도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들은 편의성과 혜택을 강화한 새로운 유형의 모임통장들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일러스트=김성규
그래픽=김성규

◇기발한 모임통장 출시 봇물

지난달 KB국민은행은 ‘KB국민총무서비스’라는 모임통장을 출시했다. 모임통장용 계좌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평소 쓰던 통장에 모임 관리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모임 내 회비 미납자에게는 알림(콕콕찌르기)을 보내 회비 납입을 유도할 수 있다. KB국민총무서비스와 연계된 ‘KB국민 총무 체크카드’를 쓰면 한식·휴게음식점, 커피전문점, 제과아이스크림점 등에서 5% 할인(영역별 1만원 한도)도 받을 수 있다.

지난 2월에는 인터넷은행 토스뱅크가 모임 회원이면 누구나 돈을 빼서 쓸 수 있는 모임통장을 출시했다. 통장 최초 개설자인 모임장의 동의를 받고 실명 확인 절차를 거쳐 ‘공동 모임장’이 되면 똑같이 1일 한도 100만원의 출금 권한을 갖는다. 누군가 회비를 인출해 잠적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모임비 출금 때마다 회원 모두에게 알림이 간다. 하루만 넣어 놔도 연 2% 이자가 붙고, 토스뱅크 모임통장 카드로 음식점과 주점에서 오후 7시~밤 12시에 결제하면 1만원 이상 결제 시 건당 500원, 1만원 미만 결제 시 100원을 돌려준다. 노래방이나 볼링장, 당구장, 골프장 또는 이마트나 농협하나로마트에서도 같은 할인 혜택이 있다.

이 밖에 광주은행은 최근 수시입출식 예금 성격의 모임통장에서 벗어난 ‘모임적금’을 출시했고, NH농협은행도 ‘NH모여라통장’이라는 모임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모임통장이 없는 하나·우리은행과 케이뱅크도 모임통장 출시를 준비 중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재미와 편의성을 갖춘 모임통장을 기획 중”이라며 “모임통장 고객 전용 서비스와 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저비용 자금 조달처

최근 은행들이 기발한 서비스로 무장한 모임통장들을 잇따라 내놓는 것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워 모임통장 분야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다. 2018년 말 모임통장을 출시한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을 등에 업고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3월말 기준 카카오뱅크 모임통장 누적가입자 수는 880만명(중복 제외), 모임통장 잔액은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카카오뱅크 계좌가 없어도 카카오톡 회원이면 누구나 모임통장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모임통장을 카카오뱅크의 수시입출금식 통장인 ‘세이프박스’에 연결하면 연 2.2%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모임통장 연계 체크카드는 평일과 주말·공휴일 각각 결제액의 0.2%, 0.4%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아직 카카오뱅크 독주 체제가 견고한 상황이지만 은행들은 끊임없이 모임통장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모임통장이 은행 수익 안정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모임통장은 여러 명이 함께 쓰기 때문에 한 번 만들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금융상품을 수시로 비교하며 작은 금리 차에도 ‘머니무브’가 일어나는 개인 예·적금과 대비된다. 여간해선 자금 이탈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이자를 많이 줄 필요도 없다. 계좌 하나를 유치하면 여러 명의 타행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도 모임통장의 장점으로 꼽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임통장은 개인 예·적금을 운용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을 들이면서 자금을 묶어둘 수 있는 금융상품”이라며 “수신 관리와 은행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분명한 이점이 있기 때문에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