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 세계에선 중장년층이 돈의 흐름을 주도한다. 11일 한국예탁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들에게 지급된 주식 배당금의 74%는 50대 이상이 받아갔다.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혹은 이미 은퇴한 50~70대가 현금 흐름을 만들기 위한 재테크 수단으로 배당주를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한국에선 부동산 월세가 노후 현금 파이프라인의 대세이긴 하다. 하지만 선진국에선 배당이 노년기에 부(富)를 키워나가는 중요한 투자 수단으로 꼽힌다.
초저금리 국가인 일본에는 은퇴 후 고배당주 투자로 꾸준한 소득을 올리는 ‘배당생활족(族)’이 있다. 미국에도 배당 예찬론자들이 많다. 석유 재벌 록펠러는 “내 유일한 기쁨은 배당금이 들어오는 걸 보는 일(see my dividends coming in)”이라는 말을 남겼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헤서웨이 투자 비법(secret sauce)에도 배당주가 들어 있다. 버크셔헤서웨이는 올해 배당금으로만 57억달러(약 7조4000억원)를 받을 전망이다(WSJ 보도).
배당금으로 노후를 보내는 삶은 모두가 꿈꾸는 미래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일본 Money&You, 한국 NH투자증권의 자료를 토대로 11일 [왕개미연구소]가 한미일 3개국의 배당주 현황을 살펴 봤다.
✅한미일 고배당주 이모저모
배당금은 회사가 벌어들인 순이익의 일부를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시가 배당률이 3~4%를 넘는 주식을 일반적으로 ‘고배당주’라고 부른다. 시가 배당률은 현금 배당 총액을 현재 주가로 나눠 계산하는데, 부동산에서 말하는 임대 수익률과 같은 개념이다.
한미일 3개국의 시가 배당률은 1~2% 정도로 엇비슷하다. 하지만 인심이 후한 고배당주 톱10을 꼽아보면 나라별로 차이가 있다. 배당 수익률 기준으로 보면, 가장 높은 곳은 한국이었다. 고배당주 톱10 리스트 중 1등 종목의 예상 배당 수익률이 14%나 됐다. JB금융, 우리금융 등 은행주들의 예상 배당 수익률도 9~10%에 달해 높았다. ‘배당주는 연 10%짜리가 아니면 안 산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일본은 토우요우세이토우(東洋精糖)이라는 설탕업체 배당 수익률이 7%로 가장 높았고, 미국은 알트리아그룹(식품·담배)이 8.5%로 최고 배당률이었다.
요리후지타이키(頼藤太希) Money&You 대표는 “일본 고배당주는 건설, 운송기기, 식료품 등이 많은 반면, 미국 고배당주엔 일반 소비재, IT, 통신 등의 업종이 포진해 있다”면서 “일본 주식은 연 1~2회, 미국 주식은 연 4회 배당이 일반적인데 종목을 잘 조합하면 매달 자본소득으로 생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수십 년 동안 매년 배당을 늘려온 주식을 ‘배당킹(Dividend King)’이라고 부른다. 가령 아메리칸 스테이츠 워터(AWR)는 69년 연속 배당금을 늘려온 미국의 최고령 배당킹이다. 이 회사는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상수도 사업을 하고 있는데, 정부와 장기 계약하기 때문에 매출이 안정적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최장 배당킹은 생활용품업체 카오(花王)로, 33년 연속 배당금을 늘려 왔다.
✅노후자금 겨냥한 월(月)배당 ETF 속속
배당주 투자와 관련해 예비 은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월 200만원씩 배당받으려면 투자금이 얼마나 필요하나요?”다. 투자금은 배당률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코스피에 상장되어 있는 간판 고배당주인 ‘맥쿼리인프라(올해 예상 6%, 연 770원)’를 예로 들면, 1년에 2400만원 어치 현금 배당을 받으려면 약 4억원이 필요하다.
시가 배당률이 예금 금리보다 높으면 좋지만, 그보다는 해당 기업이 배당 정책을 얼마나 꾸준하게 펼쳐 왔는지 더 중요하다. 최대주주 보유 지분이 아주 많으면 배당에 우호적인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적 대비 배당을 지나치게 많이 주는 기업은 피해야 한다. 순이익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배당금만 높였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은 나중에 임의로 배당을 멈추거나 줄이는 ‘배당컷’을 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요리후지타이키 대표는 배당 투자를 할 때 과도한 레버리지가 있는 기업이나 경기에 지나치게 민감한 업종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가 성장하려면 레버리지(부채)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과도해도 곤란하다”면서 “회사가 보유한 자금 중에 갚지 않아도 되는 부분(자기자본)을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을 체크해보고, 50% 이상이라면 안전하다고 판단해도 된다”고 말했다.
고배당 종목들에 분산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 국내에는 매달 배당을 주는 월배당 ETF가 31개 거래되고 있다. 이 중 국내외 주식형 월 배당 ETF가 12개로 가장 많다.
월 배당 ETF는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TIGER 미국나스닥100커버드콜(합성) ETF가 올해 총수익률(분배금 포함) 24%로 가장 높다.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으로는 Timefolio Korea플러스배당액티브 ETF가 있는데, 올해 총수익률 7.8%로 선방하고 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LG엔솔 등에 투자하는데 지난 달까지 반년간 총 310원을 배당했다.
배당금을 받으면 배당소득세(15.4%)를 내야 한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연 2000만원이 넘으면 종합소득세 대상으로 잡히기 때문에 부담이 커진다. 최대 1억원까지 넣을 수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최대 200만원까지 비과세·초과이익 9.9% 분리과세)를 활용하면 과세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