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은퇴 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국민연금 부촌(富村)’은 어디일까.

20일 본지가 전국 229개 지자체별 국민연금 수령액을 살펴본 결과, 울산 동구에 살고 있는 은퇴 생활자의 연금액이 월 88만5126원으로 전국 1위였다. 그 다음은 울산 북구로 월 81만원대였고, 경기 과천이 월 79만원대로 3위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발표된 국민연금 최신 통계를 토대로 분석한 것이다.

전국 지자체 중 국민연금 수령액 상위 10위권에는 울산·거제 등 고소득 일자리 도시가 많았다. 특히 울산은 1·2·7·9위를 싹쓸이해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서울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만 톱 10에 이름을 올리며 체면을 지켰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국민연금 수령액을 결정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인데, 소득이 많을수록, 또 가입 기간이 길수록 연금액이 늘어난다”면서 “울산은 두 가지 모두 해당하는데 제조업 중심의 장기 고소득 근속자가 많아서 연금도 많이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국

◇'연금왕’은 울산 동구 퇴직자

울산은 지난 수십년간 우리나라 경제를 먹여 살린 공업 도시다. 국민연금 최고 부촌으로 꼽힌 울산 동구는 월 평균 연금 수령액(88만원)이 전국 평균(56만원)보다 57% 많았다. 동구에는 세계 최대 조선소인 HD현대중공업과 자회사 현대미포조선이 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울산엔 대기업 고소득 근로자가 많이 사는데, 동구엔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모여 살고, 북구엔 현대차 근로자들이 집단 거주하는 등 직주(職住) 색깔이 뚜렷하다”며 “울산 퇴직자들은 원래 살던 거주지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무르는 경향이 있어 연금 생활자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동구에 사는 연금 생활자 10명 중 6명은 60대였다. HD현대중공업에서 20년 이상 일하고 퇴직한 60대 남성들이 받는 연금액은 월 평균 130만원으로, 전국 평균의 두 배가 넘었다.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은 “울산 근로자들은 안정된 직장에서 수십년 일하고 정년까지 채우고 은퇴해 연금도 많이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노후 삶의 질을 놓고 보면 알짜 지방 도시가 웬만한 서울 동네보다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금 수령액 기준 3위 도시는 경기 과천이었다. 신도시를 조성할 때 인근 강남권에 살던 화이트칼라들이 이주한 영향으로 추정된다. 6위 도시인 경남 거제에는 고소득 직장인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있고, 10위를 기록한 인천 연수구는 대표적인 부촌인 송도가 있는 곳이다.

◇국민연금에 나타난 지역 격차

지난 3월 국민연금 수급자 641만명이 받고 있는 평균 연금액은 월 56만3193원이었다. 하지만 전국 229개 지자체 중에 56만원보다 연금 수령액이 더 많은 지역은 58곳(25%)뿐이었다. 나머지 171곳(75%)은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쥐꼬리 연금’이었다.

110만명의 연금 생활자가 살고 있는 서울도 동네별로 연금 격차가 컸다. 가령 강남·서초구는 월 평균 연금액이 78만원대로 높았다. 하지만 강북구(49만원), 중랑구(50만원), 동대문구·금천구(53만원) 등은 서울시 평균(60만2326원)을 밑돌았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전국에서 가장 적은 곳은 전남 완도로, 월 41만원이었다. 톱10에 들지는 못했지만 대전 유성구(68만원), 경기 의왕시(66만원)도 연금 부자들이 많이 사는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