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가치가 30% 넘게 가격이 폭락해 국내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혔던 브라질 국채가 최근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브라질 경제·정치가 안정되고 있는데다 브라질 통화(헤알화)도 출렁임이 이전보다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악몽 이미지를 벗어나자 자산가들의 투자가 몰린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증권사(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KB·NH)의 올해 상반기 브라질 채권 신규 판매액은 8875억원으로 전년 동기(3286억원) 대비 1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1년 만에 2.7배가 됐다. 신규 외 만기 후 재투자 금액까지 합하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글로벌 긴축 국면에선 투자 위험이 큰 것으로 여겨지는 신흥국 국채인 브라질 국채 투자가 활발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픽=양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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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치 안정되며 투자 심리 개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브라질 핵심 수출품인 구리·철광석·원유·콩·옥수수·육류 등 가격이 급등하면서 브라질 경제는 호황을 맞고 있다. 작년 브라질 수출은 전년 대비 19.3% 증가해 사상 최대 무역흑자(79조원)를 기록했다.

룰라 대통령이 지난 4월 재정을 튼튼하게 만드는 준칙 개혁에 나선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코로나가 창궐할 당시 87.6%에 달했던 브라질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현재 73.1%로 떨어졌다. 신용평가사 S&P는 지난달 브라질 경제 전망을 종전의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높였다. 이로 인해 외국인 자금이 증시로 빠르게 유입되며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1년 전에 비해 19% 올랐다.

정치 리스크도 줄었다. 작년 말의 대선 불복 이슈가 해소됐고, 중도와 우파 의석 비중이 높아지며 좌파식 정책 쏠림을 제어해주고 있다는 평가다. 상원의 범우파 진영은 47%, 하원은 56%로 분류된다.

정치·경제 안정으로 국채 부도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졌다. 여기에 수익률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브라질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0.98%로 미국 국채 금리(3.87%)의 두 배가 훌쩍 넘는다.

◇기준금리 인하, 채권가격 상승 기대

코로나 이후 미국보다 먼저(2021년 3월) 통화 긴축에 들어간 브라질 기준금리는 연 2% 수준에서 현재 13.75%로 올랐다.

고(高)금리에 작년 7월 10.07%였던 브라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16%로 2020년 9월 이후 가장 낮게 나왔다. 물가가 잡힌 것도 모자라 경기가 가라앉는 분위기가 나타나자 통화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작년 8월 이후 7차례 연속 기준금리가 동결됐다. 시장에선 적어도 오는 8~9월엔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본다. 금리가 떨어지면 역으로 국채 가격은 오른다. 브라질 국채 보유자들은 더 비싼 가격에 팔아 매매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브라질 국채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선반영해 올 상반기부터 하락하고 있다. 연초 12%대였던 10년물 금리가 지금은 10%대다. 연초 국채를 샀다면 이미 상당한 평가이익을 거둔 셈이다. 또 브라질 국채는 국제조세협약에 따라 이자소득세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금액 제한 없이 적용받을 수 있다.

◇헤알화 급변동 유의해야

헤알화 가치는 연말까지 오를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브라질 국채에 환헤지(위험 회피)를 하지 않고 투자하면 환차익까지 기대된다.

하지만 헤알화 가치는 급변동하므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삼성증권 글로벌채권팀 김은기 수석연구위원은 “유가는 낮은데 헤알화가 강세로 가는 괴리는 과거에도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며 “단기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한 헤알화 가치가 조정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했다.

실제로 2014년 경제 위기로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이 투기부적격 수준으로 강등되고, 2018년에는 헤알화 가치가 약 17%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손실이 컸다. 현재도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은 투기등급(BB-) 수준이다.

게다가 국채 금리가 이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해 많이 내린 상태라 추가로 국채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만큼 매매 차익을 노릴 기회가 사라진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