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통화 완화 정책 속도를 늦추는 조치를 취하면서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퍼 엔저(低)’ 현상도 엔고로 방향을 바꿀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증시에서 돈이 빠져나가 악재다. 통화 가치가 뛰면 수출 ㅠ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져 주가에 부정적이다. 33년 만에 역대급 호황을 기록 중인 일본 증시도 하락 반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기에 수익이 증가하는 금융주와 좋은 실적이 유지되는 반도체·로봇 관련 종목에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고 조언한다.
◇호황 日 증시에 생긴 긴축 걸림돌
올해 상반기 닛케이평균은 7월 초 3만3700 선까지 올라 3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올 초보다 25% 올랐다. 증시에는 자금이 계속 몰렸다.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외국인의 일본 주식 매수 규모는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뜻하는 ‘일학개미’의 일본 주식 순매수액(매수액에서 매도액을 뺀 것)은 1억5388만달러로 2021년 3월(1억7537만달러)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BOJ는 그간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0.5%를 넘어서면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금리 상승을 막아왔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연 0.5%를 넘어도 시장 상황에 따라 국채를 사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히며 상한을 1%로 제시했다. 사실상 장기 시장 금리를 올린 셈이다. 엔화 가치도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 은행·반도체·로봇주 주목
올 들어 닛케이평균 구성 종목 10개 중 9개가 상승할 정도여서 아무 종목이나 사면 이익을 볼 확률이 컸다. 하지만, 엔저 현상이 끝나면 일본 증시 상장 종목 중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첫손에 꼽히는 수혜 업종은 은행주다. 금리가 오르면 예금·대출 간 금리 차이인 예대마진이 늘어 은행 이익이 늘기 때문이다. 실제로 BOJ의 정책회의 당일(지난달 28일) 미즈호파이낸셜·미쓰비시UFJ파이낸셜·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 등 일본 3대 금융그룹주 주가가 4~5%씩 급등했다.
중앙은행 긴축과 여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종목도 있다. 업황 저점을 찍고 회복 중인 반도체주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주도 산업의 판도 변화와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등 구조적 변화에 들어맞는 방향으로 일본 기업들은 움직일 것”이라며 “반도체는 이런 변화에 편승할 수 있는 업종”이라고 말했다. 로봇 등 기계 관련주 전망도 나쁘지 않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물론 글로벌 수요 자체가 늘면서 기업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했다.
◇주식 ‘직구’ 부담스럽다면 ETF로
100주 단위로 거래해야 하는 일본 주식 특성상 직접 투자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런 투자자들이라면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국내에 상장된 일본 관련 ETF 중 엔화 강세 자체에 베팅하는 ‘TIGER일본엔선물 ETF’가 있다. 배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투자할 만 하다”고 했다. 닛케이평균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TIGER 일본 니케이225 ETF’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 ETF는 환율 움직임에 따른 위험을 방어하는 환헤지(hedge·위험 회피)형이 아니라 환율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 환오픈(open)형이다. 일본 증시의 전반적인 상승을 기대하는 동시에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
보다 다양한 테마형 ETF에 투자하길 원하는 투자자라면 일본 증시에 상장된 ETF를 고려해볼 만하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은행주에 투자하는 ‘넥스트펀즈 토픽스 은행 ETF’, 일본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X 일본 반도체 ETF’, 로봇주에 투자하는 ‘글로벌X 일본 로보틱스&인공지능 ETF’ 등이 대표적이다. ETF마다 차이는 있지만, 1~10주씩 살 수 있어 개별 종목을 사는 것보다는 투자 진입 장벽이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