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이 시장에 대한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보유 종목은 5개 정도로 압축했고, 현금 비중은 크게 늘렸고, 남는 돈으론 단기채만 사고 있으니까요.”(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작년 약세장에서 버핏은 애플 주식을 더 사모았는데, 올해는 미국 국채를 사고 있습니다. 버핏이 보기에도 올해 미국 증시는 20% 올랐고(S&P 500) 애플 주식 PER(주가수익비율·높을수록 고평가)도 30배나 되니 단기적으론 확정 수익을 주는 미국 국채를 더 낫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
지난 5일(현지 시각)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2분기(4~6월) 실적 발표 이후, 투자자들의 시선이 미국 단기채에 쏠리고 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약 13조2256억원)을 올린 버크셔해서웨이가 공개한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단기채 비중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2분기 기준 버크셔해서웨이의 현금 실탄은 1470억달러(약 194조원)에 달해 지난 2021년(1490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버크셔해서웨이는 현금을 대부분 1년 미만 미국 단기채로 보유하고 있었다. 전체 현금의 81%인 1200억달러(약 158조원)가 미국 단기채였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현재 미국 장기채는 연 4% 수준이고 미국 단기채는 연 5%가 넘는 상황인데, 시황관이 보수적인 버핏은 미국 단기채를 일종의 현금 파킹통장이라고 여기고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버핏은 주식보다는 5%대 확정 수익을 주는 미국 국채를 더 나은 투자처라고 여긴다는 얘기다.
박소연 부장은 이어 “미국 단기채는 달러로 매매하기 때문에 버핏을 따라 투자한다면 환율 변동에 노출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안팎인데 환율이 떨어지게 되면 나중에 원화로 바꿀 때 환손실을 입게 된다. 참고로 최근 10년 동안 원·달러 평균 환율은 1100원 수준이었다.
발빠른 자산가들은 미국 단기채를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초부터 지난 달까지 만기 1년 미만의 미국 국채만 4100억원 어치 판매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미국 단기 금리가 고점에 이르렀다는 인식과 더불어 은행 외화예금 대비 금리가 높다는 이점이 부각되면서 최근 들어 자금이 많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채는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모두 취급하고 있다. 달러화가 없다면 환전해서 투자해야 한다. 미국 국채는 상품명이 ‘T 0.25 05/15/24′라는 식으로 적혀 있는데, 맨 앞에 T는 재무부(Treasury)라는 영어 단어의 앞글자다. 0.25는 채권 표면금리(%)를 의미하고, 맨 뒤에 있는 날짜는 채권 만기일을 의미한다<아래 그래픽 참고>.
미국 국채는 절세가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 규모가 클수록 유리한 측면이 있다. 가령 여유자금 1000만원을 가진 A씨가 내년 5월 15일 상환되는 표면금리 0.25%인 미국 국채(T 0.25 05/15/24)에 투자한다고 가정해 보자. 미국 국채는 반년마다 채권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에 A씨는 오는 11월 15일에 약 1만3000원, 그리고 만기일(2024년 5월 15일)에 원금(1033만원)과 이자(1만3000원)를 받는다.
만약 A씨가 1000만원 상당의 달러를 연 4.6%인 외화 RP(환매조건부채권)에서 운용했다면, 동일 기간 수익은 대략 35만원이다. 언뜻 보면 두 상품 운용 수익이 비슷해 보이지만, 미국 국채는 채권 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가 되기 때문에 실제 손에 쥐는 돈을 비교하면 각각 29만6000원, 25만2000원으로 미국 국채의 세후 수익이 더 높다. 또 A씨가 1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이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면, 표면금리가 낮은 채권은 과세 대상 소득(2만6000원)이 낮기 때문에 더 유리해진다.
미국 단기채를 투자할 때 주의할 점은 2025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 제도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현재 비과세되는 채권 매매차익이 과세 대상으로 바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25년 금투세 제도가 시행되면 채권은 과세 상품이 되기 때문에 2025년 이후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은 예상 수익이 낮아질 수 있다”면서 “2024년 이내 만기 상품은 제도 시행에 따른 불확실성이 없어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