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자영업자 최정은(30)씨는 최근 재테크 커뮤니티에서 ‘고금리 예금’, ‘특판’ 등을 열심히 검색하고 있다. 여윳돈을 넣을 수 있는 예금 상품을 찾기 위해서다. 최씨는 “주식은 손해만 보는데 최근 예금 금리가 꽤 잘 나오는 것 같다”며 “조금 기다렸다가 더 높은 이율을 주는 상품이 나오면 가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근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다시 상승하고 고금리 상품이 속속 출시되는 등 은행권의 수신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예금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 등으로 지난해 말 연 4~5%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빠르게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연 4%를 넘는 은행 정기예금이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예금 금리가 다시 오르며 최씨와 같은 ‘예금족’들은 “예금 금리 4% 시대가 다시 돌아온 것이냐”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투자한 사람)’들은 “대출 금리가 다시 치솟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내비치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그래픽=김하경

◇시중은행 정기예금 4%대로 오르나

1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12개월) 금리는 연 3.5~3.85% 수준이다. 최근 은행채 금리가 연 4%에 가깝게 치솟고, 만기 도래 물량이 늘어나는 등 시중 은행의 자금 수요가 늘어나자 은행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수신 금리를 높인 영향이다.

실제로 은행권에서는 연 4%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 상품은 지난달 기본 금리를 연 2.8%에서 3.1%로 0.3%포인트 인상했다. 이 상품은 우대금리를 모두 받는다면 연 4.1%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4.10%)’, Sh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4.02%)’ 등도 연 4%대 금리를 준다.

은행의 정기예·적금 잔액도 증가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적금 잔액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연속 늘어나, 지난달 870조원을 돌파했다.

◇고민 깊어지는 2금융권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오르자 2금융권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다. 이미 저축은행에서는 올 상반기에 3%대로 내렸던 예금 상품의 평균 금리가 연 4%로 올라섰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4.05%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지난해 10월에도 연 4%를 넘은 바 있다. 2012년 8월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금리였다. 당시 ‘출혈 경쟁’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저축은행은 금리 상승 국면에서 고객들이 시중은행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고금리 상품을 속속 출시한 것이다.

당시 판매된 예·적금의 만기가 올 하반기에 돌아올 것을 고려하면, 저축은행들은 예금 이탈을 막기 위해 또다시 고금리 특판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1분기 실적이 고꾸라졌고 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만큼 지난해 수신 경쟁 때처럼 금리를 올릴 여력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이에 저축은행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은행권에서 은행권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역(逆)머니무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7% 육박한 주담대... 영끌족은 아우성

이런 고금리의 귀환을 반기는 ‘예금족’들과는 달리 ‘영끌족’들은 아우성이다. 예금금리 상승은 곧 은행의 조달 비용을 증가시켜 대출금리도 덩달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7%에 육박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최근 4.08∼6.93%로 집계됐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조달자금비용지수)는 5월, 6월 두 달 연속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