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자동으로 상환되는 ‘목표 전환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 투자가 자산가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한두 달 만에 안겨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랩어카운트는 ‘감싸다’는 뜻의 랩과 계좌를 뜻하는 어카운트가 합쳐진 말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증권사가 고객 돈을 맡아 알아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운용하는 투자 상품이다. 주식, 채권, 펀드 같은 투자 자산을 랩 어카운트 한 계좌 안에서 투자할 수 있다. 다만, 최소 가입 금액이 수천만원대이기 때문에 주로 자산가가 많이 찾는다.

그래픽=이지원

◇자산가 사이 소문…세 번째 조기 ‘완판’

15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목표 전환형 랩인 ‘NH아문디 목표 전환형 랩’은 수익률 7%를 목표로 지난달 20~27일 투자자를 모집했는데, 최소 3000만원부터 가입이 가능한데도 조기 마감됐다. 설정액도 목표보다 50억원 많은 450억원이 모였다. 이 상품은 벌써 올 들어 같은 유형으로 세 번째 출시되는 것이다.

앞서 1호가 지난 4월 24일 운용을 시작해 목표 수익률 8%를 조기 달성해 6월 13일 상환됐고, 2호 역시 6월 23일 운용을 시작해 수익률 7%를 한 달도 안 돼 달성하며 7월 14일 상환이 됐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1~2호가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는 데 1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1호는 한 달여 만에, 2호는 3주 만에 빠르게 목표를 달성했다”며 “1~2호를 합친 설정액이 320억원 규모인데 3호부터는 소문이 나며 400억원 넘게 투자금이 몰렸다”고 했다.

실제로 1·2호는 30억원 이상 자산가를 관리하는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센터 한 지점에서 절반 이상 팔렸다. 자동차와 반도체, 헬스케어 분야의 대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의 절반 이상을 구성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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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장세에서 빠른 수익

다른 증권사의 목표 전환형 랩 성과도 좋다. 삼성증권은 설정액 800억원인 ‘삼성 골든랩-토러스임팩트 체인지랩’을 지난 4월 24일 운용하기 시작해 두 달이 되지 않은 6월 15일 전후로 완료했다. 이 랩은 5000만원부터 가입할 수 있다. 고객이 수익률 5~9% 중 목표를 정한다.

유안타증권 ‘위 노 밸류플러스 랩(목표 전환형)’은 작년 3월 출시됐다. 최소 가입 금액 1000만원으로, 이미 가입 건수가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올해 4월과 5월 이미 목표 수익률 8%를 달성하고 세 번째 가입한 투자자도 있다”며 “올 초 이후 반등장에서 수익을 상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이재경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본부 대표는 “올해 2차전지 같은 테마주를 활용해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는 개인 투자자도 있었지만, 자산가들 사이에서 변동성이 낮고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려는 수요가 있다”고 했다.

◇가입 문턱 높고 높은 수수료

다만 자산가들이 하는 투자라고 무턱대고 따라 하기에는 무리일 수 있다. 2차전지로 이미 재미를 본 자산가가 여윳돈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랩 어카운트에 돈을 넣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한 증시 관계자는 “펀드는 투자 종목이 굉장히 다양한데 랩 어카운트는 10~20가지 종목에 압축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수 종목 비율이 높다 보니 테마에 따라 펀드보다 수익성이 낮아질 수도 있고, 일반적으로 공모형 펀드보다는 수수료가 비싸다”고 했다.

일반 투자자 사이에선 8% 내외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단기 투자를 하는 유동성 자산으로 전환하는 ‘목표 전환형 펀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목표 전환형 펀드 38개에는 최근 6개월간 1500억원이 들어왔다. ‘BNK코스닥150 분할 매수 펀드(1년 수익률 31%)’ ‘키움 코스닥 스마트 인베스터펀드(24%)’ ‘신한 컨택트 알파 펀드(11%)’ 등이 수익률 상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