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백형선

최근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상승세다. 은행의 자금 조달 채널 중 하나인 은행채 금리가 연 4% 근처까지 치솟고 만기 도래 물량이 늘자 은행마다 자금 확보를 위해 수신 금리를 높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4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1년 만기) 금리는 연 3.65~3.85% 수준이다.

그런데 증권가에도 목돈 굴리기에 적합한 상품이 적지 않다. 언제든 자유롭게 넣고 뺄 수 있으면서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챙겨주는 ‘CMA(Cash Management Account·종합자산관리계좌)’가 대표적이다. 은행 수시입출식 통장과 유사하지만 금리는 더 높다. 연 3.5% 이상인 상품도 많다. 시중은행 수시입출식통장(파킹통장)은 금리가 연 0.1%로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 반면 증권사 CMA는 수시입출식의 장점을 갖고 있으면서 금리는 정기예금 못지 않게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MA 잔고는 최근 6개월간 58조4598억원에서 70조1763억원으로 2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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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굵게 여윳돈 굴리는 데 제격

CMA는 고객이 맡긴 돈을 증권사가 국공채나 어음(CP) 등에 단기 투자해 그 운용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은행처럼 예금자보호(5000만원 한도)는 되지 않는다. 다만, 위험도가 낮은 국공채 등에 투자하기 때문에 안전한 투자처로 꼽힌다. 증권사가 파산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 위험이 낮다는 뜻이다. 이때문에 정기예금으로 장기간 묶어두기 부담스러운 대기성 자금을 단기간 짧고 굵게 불리고 싶은 투자자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현대차증권의 디지털RP(환매조건부채권)형 CMA는 금리가 연 3.65%다. 투자 등급 A 이상 국공채나 금융채, 우량채권에 투자하는 초저위험 등급 상품이다. 우대 금리를 받기 위해 복잡한 조건을 충족할 필요도 없다. 계좌만 개설하면 누구나 연 3.65% 금리를 하루 단위로 받을 수 있다.

예치금 상한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부동산 거래를 앞두고 목돈을 잠시 넣어둬도 소소하게 이자를 챙길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RP형 CMA는 연 3.55%(1000만원 초과시 연 3%), SK증권 CMA(RP형)는 연 3.5%를 준다.

◇발행어음형 CMA 잔고 증가율, RP형의 2배

금리 경쟁력을 갖춘 발행어음형 CMA 잔고는 최근 6개월간 34% 증가해 RP형 CMA 증가율(15%)을 뛰어넘었다.

한편 증권사가 발행하는 어음에 투자하는 발행어음도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로 인기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이다. 현재 미래에셋, 한투, NH, KB 등 4개 증권사만 취급하고 있다.

금리가 가장 매력적인 요소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은 1년 만기 수익률이 연 4.35%, 6개월 만기는 연 3.6%다. 제휴를 맺은 카카오뱅크·토스뱅크를 통해 가입하면 수익률이 1년 만기시 연 4.6%, 6개월 만기시 연 4.4%로 높아진다. 다만 만기 전 중도인출하게 되면 보유 기간에 따라 약정 수익률의 20~70%만 받을 수 있다.

KB증권이 토스뱅크를 통해 특판 중인 발행어음도 금리가 높다. 6개월 만기시 연 4.4%, 만기 후 6개월간 또 맡기면 수익률이 연 4.55%까지 올라간다. 지난 7일 출시 하루 만에 150억원을 끌어모았다.

발행어음 역시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발행사인 증권사가 파산하면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 하지만 신용도가 높은 대형 증권사에서만 취급하기 때문에 부실 위험은 크지 않다. 1(초고위험)~5(초저위험)등급 중 4등급 저위험 상품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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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금의 1% 적립해주는 이색 상품도

증권사 이색 상품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국내외 주식과 펀드, ELS 매수 금액의 1%를 OK캐시백포인트로 돌려주는 ‘투자캐시백 통장’을 지난 9일 출시했다. 매월 최대 5만 포인트 한도로 24개월간 최대 120만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이렇게 쌓은 오케이캐시백 적립금은 삼성증권 예수금으로 전환해 재투자할 수 있다. 이 통장은 삼성증권과 제휴를 맺은 포인트 적립앱 ‘시럽’(Syrup)에서 개설 가능하다.

지난 4월 미래에셋증권이 현대카드와 손잡고 내놓은 주식투자 전용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미래에셋 현대카드’도 인기다.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 신용카드와 같이 이 카드는 카드 사용금액의 1~5%를 스탁(주식)마일리지로 차곡차곡 적립해준다. 누적된 마일리지는 미래에셋증권에서 간편하게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 소수점 단위로도 투자가 가능해 최소 1000원부터 마일리지로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