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 전광판에 중국 증시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뉴스1

중국의 부동산발(發) 경기 침체 우려로 16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과 홍콩 항셍지수는 각각 1.5%, 1.4%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0.8% 뒷걸음질쳤다. 그동안 이차전지·초전도체 테마주 열풍으로 과열된 국내 증시도 떨어졌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1.8%, 2.6% 하락했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7월 소매 판매가 6월보다 0.7% 상승해 시장 전망(+0.4%)보다 좋게 나온 것도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탄탄한 만큼 미국의 고금리가 오래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전날 뉴욕 증시의 다우평균과 나스닥지수 등 3대 지수는 모두 1% 넘게 하락했다.

그래픽=이철원

비구이위안(碧桂園)과 위안양(遠洋) 등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가 금융권으로 확산되면서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110조원대 투자금을 굴리는 중국 최대 신탁 회사인 중룽국제신탁이 지난달 하순 이후 상품 10가지 이상에 대한 지급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올해 만기가 되는 270가지 고수익 상품(395억위안·약 7조2000억원 규모)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 5월부터 환율 방어선인 ‘포치(破七·달러당 7위안 돌파)’를 깬 위안화는 더 약해졌다. 16일 역내 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29위안 선에서 움직였다. 이는 2008년 1월 18일(7.3015위안) 이후 약 16년 만의 최고 수준 환율이다(위안화 가치 하락).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지난 11일 이후 매일 0.2~0.3%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와 엔화 환율도 각각 치솟고 있다.

외국인 투자 자금이 중국 주식을 팔아치우는 ‘셀 차이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골드막삭스는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최근 중국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며 “최근 열흘간 중국 주식 순매도 규모가 작년 10월 이후 가장 크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전날 단기 정책 금리를 0.1~0.15%포인트 낮춘 데 이어 이날 2970억위안(약 51조원)의 유동성(자금)을 공급하며 소방수로 나섰지만, 금융시장 불안을 진정하지는 못했다.

JP모건체이스가 이날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6.4%에서 4.8%로 낮추는 등 중국 경제에 대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평가도 싸늘해지고 있다. 미 경제 매체 배런스는 “중국 당국이 금리 인하나 경기 부양을 통한 유동성 공급 등에 나서더라도 직면한 각종 문제점 때문에 10여 년 전의 고속 성장 시대로 회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