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의 필수 코스로 꼽히는 종합 할인점 ‘돈키호테’. 가본 사람들은 “없는 게 없다”고 말할 정도로 다양한 상품을 저렴하게 파는 만물 잡화점이다.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서 가게 안을 둘러보는 것 자체가 보물찾기 하듯 즐겁고 재미있는 곳이다.
가성비 좋은 상품들이 많아서 맘카페에는 ‘일본 여행 가서 안 사오면 후회할 탑10 아이템’이라는 이른바 ‘돈키호테 쇼핑 리스트’도 있을 정도다. 일본 전역에 604개 점포가 있는 돈키호테는 한국 관광객에게만 인기가 있는 게 아니다. 유튜브에는 돈키호테를 일본 여행의 쇼핑 메카라고 소개한 외국어 동영상들이 쏟아진다.
‘지갑을 열겠다’는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돈키호테 실적도 역대급 잭팟이 터졌다. 돈키호테를 운영하는 팬퍼시픽인터내셔널홀딩스(PPIH)는 지난 16일 2023회계연도(2022년 7월~2023년 6월) 영업이익이 1053억엔(약 9648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이 1000억엔을 넘은 것은 지난 1980년 회사 창립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매출도 전년 대비 5.8% 증가한 1조9368억엔(약 17조7441억원)으로 탄탄했다. 그룹 실적 호조는 핵심 사업체인 돈키호테가 이끌었다. 방일 여행객 소비가 급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올해 4~6월 매출은 383억엔으로, 코로나 이전이던 지난 2019년 4~6월 매출의 95%에 육박해 사실상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
회사가 자체적으로 전망하는 향후 실적도 긍정적이었다. 내년 예상 매출은 전년 대비 6.5% 증가한 2조엔대였다. 배당도 예년보다 1엔 높은 21엔으로 높일 방침이다. 회사의 역대 최대 실적 발표와 호실적 전망에 17일 일본 증시에서 PPIH 주가는 장중 3099엔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종가는 2938엔).
돈키호테의 호실적 배경엔 한국 관광객들의 힘이 컸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일 여행객 1위 국가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올 7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375만명으로, 전체 관광객의 29%를 차지한다. 2위인 대만(219만명)보다 156만명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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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IH는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일본 경제의 극한 상황에서도 매출과 수익이 34년 연속 증가했다. 비즈니스 모델을 유연하게 바꿔가면서 장기 불황에서 살아남았기에 ‘불사조 기업’이라고도 불린다.
일본에서 살아남은 유통업체다 보니, 한국에서도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 2018년 이마트가 ‘한국판 돈키호테’인 ‘삐에로쇼핑’을 오픈한 것이 대표적이다. ‘쇼핑보다 재미’라는 B급 감성을 담아 기존 유통업계 상식을 뛰어넘는 신개념 점포로 화제가 됐지만, 사업 적자가 지속되자 2년 만에 영업을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