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원해서 가입하는 국민연금 임의 가입자 수가 연일 줄어들고 있다. 임의 가입이란, 주부·학생·군인 등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닌 사람이 노후에 대비해 자발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을 말한다. 자발적인 선택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신뢰도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통한다.

임의 가입자 수는 지난 2021년 40만명까지 늘어났지만, 지난 4월 35만명까지 주저앉았다. 본지가 SM C&C 설문 조사 플랫폼인 ‘틸리언 프로’에 의뢰한 설문에서도 30~60대 주부 1045명 중 778명(74%)이 ‘임의 가입 의향은 없다’고 답했다. 국민들의 노후 버팀목인 국민연금, 왜 애물단지 신세가 되어버린 걸까.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에 숨어 있는 허점들이 자발적 가입 의욕을 꺾는다고 말한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는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노후를 준비하는 국민에겐 정부가 인센티브를 많이 줘야 하는데, 인센티브는커녕 오히려 미가입자들을 더 우대하니 박탈감을 느끼고 가입 동기도 약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백형선

✅젊어서 노세노세족(族)만 이득?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은 매달 32만3180원씩 정부에서 기초 연금을 받는다. 젊을 때 기여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어도 자격만 되면 손에 쥘 수 있다. 올해 기준 노인 656만명이 받고 있는데, 이를 위해 23조원의 혈세가 투입된다. 기초 연금 예산은 매년 늘어 2050년엔 122조원까지 불어난다(보건사회연구원).

기초 연금은 처음 제도가 도입된 당시(2008년 기초노령연금)만 해도 월 10만원이었다. 하지만 대선을 치를 때마다 복지 공약으로 등장하더니, 40만원(윤석열 정부 공약, 부부 합산 64만원)까지 높아지게 됐다.

기초 연금은 탈락한 사람은 물론, 돈을 받고 있는 사람까지 불만을 터뜨리는 이상한 제도다. 기초 연금을 못 받는 사람은 “성실한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사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젊어서 노세노세했는데도 잘 놀았다고 국가에서 돈까지 준다”고 강하게 비난한다. 자발적으로 국민연금에 돈을 더 넣은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아도 공돈 주는데 괜히 정부 말만 믿고 허리띠 졸라매면서 꼬박꼬박 냈다”고 후회한다.

기초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기초·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 때문에 불만이다. 연계 감액은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 연금의 150%(올해 기준 약 49만원)를 초과하면 기초 연금을 최대 50% 삭감하는 제도다. 기초 연금과 국민연금을 동시 수급 중인 노인 291만명은 “국민연금은 내가 열심히 일해 불입한 돈으로 받는 것이고 기초 연금은 국가 세금으로 주니까 재원의 성격과 출처가 완전히 다른데 왜 상호 연계해서 감액하느냐”고 불만이다.

김진영 밸런스자산연구소 대표는 “국민연금 수급자는 기초 연금으로 최대 50% 손해 보고 연 2000만원 넘게 받으면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평생 탈락에 연금액 50%는 건보료 부과 대상으로 잡힌다”면서 “연금을 더 들라고 장려하진 못할망정, 여기저기서 뜯어 갈 궁리만 하니 국민들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괜히 재취업했나 봐”… 일본은 기준 완화

퇴직 후에 일해서 소득이 생기면 국민연금이 깎이는 것도 원성의 대상이다. 수령 기간에 소득이 일정액 넘게 생기면 국민연금은 최대 50% 감액된다. 커트라인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 평균 소득이 기준인데, 올해는 월 286만원(근로+사업소득)이 기준선이다. 즉 월 286만원 이상 세후 소득이 생기면 국민연금이 깎이기 시작한다. 감액 기간은 최장 5년이다.

이 제도는 특정인에게 과다한 소득이 가는 걸 막고 재정 안정을 도모하고자 지난 1988년 국민연금 초기에 도입됐다. 하지만 수명이 길어지고 국민연금만 갖고서 생활하기 어려워진 작금의 상황에 과거에 정한 기준이 합당한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고령화 선배국인 일본의 사례도 참고가 된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소득이 일정 금액 이상이면 국민연금을 감액하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일본 정부는 고령 근로를 장려하기 위해 제도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작년 봄 관련법을 개정해 연금 감액 커트라인을 종전 28만엔(약 256만원)에서 47만엔(약 430만원)으로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