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발(發) 불안과 중국 경기 침체 신호가 뚜렷해지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앞다퉈 중국에서 발을 빼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중학개미(중화권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위기의 진앙인 중국 1위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영어명 컨트리가든) 주식을 대거 순매수하고 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6일 만기가 돌아온 채권의 이자 약 300억원을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졌다. 그 여파로 주가도 ‘동전주’ 수준으로 폭락했는데 중학개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과감한 베팅을 한 것이다.

그래픽=김하경

◇“모 아니면 도” 위험 주식도 줍줍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25일 국내 투자자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비구이위안 주식을 12만96달러(약 1억60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10일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위기가 보도된 이후 주가는 홍콩 증시에서 40% 가까이 급락해 현재 0.81홍콩달러(지난 25일 종가 기준), 단돈 137원 수준이다.

비구이위안은 이달 중학개미들의 거래 상위 50개 종목 중 22위였다. 지난 4~7월엔 50위권 안에 들지 못했을 정도로 소외된 종목이었으나 이달 초 디폴트 위기를 맞자 오히려 중학개미의 관심이 집중됐다.

향후 중국 정부의 구제안이 나와 주가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주식을 쓸어담은 것이다. ‘설마 중국 정부가 1위 부동산 개발 업체가 망하도록 방치하겠느냐’는 ‘대마불사(大馬不死)’ 논리다. 이달 중학개미는 비구이위안 계열사 중 부동산 관리 사업을 하는 ‘컨트리가든 서비스 홀딩스’ 주식도 5700만원 순매수했다.

그러나 한 증권가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며 “투자자들은 조금 더 보수적인 관점에서 투자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구이위안이 한 달의 디폴트 유예 기간이 끝나는 다음 달 6일까지 이자를 해결하지 못해 디폴트 처리가 되면 주식은 휴지 조각 신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회생 절차를 밟는다 해도 대규모 자본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주가 폭락은 피하기 어렵다.

◇위기 때마다 ‘강심장’ 한국 불개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국내 개미 투자자들의 도박형 투자는 경제 위기 때마다 등장했다. 올해 3월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파산설이 불거지고 1주일 동안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이 회사 주식을 490억원어치 사들였다. 해당 기간 국내 투자자들이 사들인 순매수 주식 중 1위였다.

미국 정부의 지원책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 베팅이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은행은 파산 수순을 밟았고 결국 JP모건에 인수돼버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동학개미들이 코로나 이후 상승장에서 400%, 500%의 고수익을 경험하면서 기대 수익률이 확연하게 높아졌다”며 “그렇다 보니 위험을 무릅쓰고 비구이위안이나 테마주처럼 변동성이 큰 종목으로 ‘단타’를 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레버리지 좇아 미국·유럽 원정

‘화끈한’ 고수익을 기대하는 국내 불개미들은 기초 지수 수익률을 몇 배로 연동해 움직이는 레버리지(기초 지수의 여러 배로 수익을 내는 것) 상품도 선호한다. 이달 1~25일 국내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미국 주식은 미 장기 국채 수익률을 3배로 따르는 ETF로 순매수액은 약 2680억원이었다.

이를 포함해 순매수 미국 주식 50위 안에 든 3배 레버리지 상품은 모두 6개로 총 4234억원 규모(전체의 29%)였다. 3배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는 전월(1971억원)의 2배가 됐다.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개인들은 영국 증시에 상장된 레버리지·인버스 ETF에 직접 투자하기도 한다. 영국엔 테슬라나 아마존, 애플 등을 기초로 해서 이들의 하루 수익률을 최대 5배로 따르는 상품들이 여럿 상장돼 있어 국내 보다 선택지가 넓다.

그러나 이런 상품들은 변동성이 큰 데다, 기초 지수가 하락할 경우 손실이 막대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나스닥 지수를 5배 추종하는 ETF인 ‘5QQQ’는 한 달 새 22.7% 하락했고, S&P500 지수의 5배 레버리지 ETF인 ‘5SPY’는 같은 기간 18.7%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