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올해 36년 차를 맞이하면서 30년 이상 가입한 장기 수급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1988년 국민연금 시행 초기에 사회 초년생으로 출발해 30여 년 장기 근속한 ‘최고참’ 국민연금 세대다.
국민연금 최고참들은 어느 새 60세를 넘기면서 본격적으로 연금을 받는 구간에 진입하는 중이다. 29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30년 이상 가입한 연금 수급자는 19만4780명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만 해도 30년 이상 가입한 연금 수급자는 1만2000명에 그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세(勢)가 커지더니 2021년엔 5만5000명으로 늘었고 최근 20만명에 육박할 정도가 된 것이다.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540만명, 유족·장애연금 제외)의 4%에 달한다. 현재와 같은 증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이 같은 장기 수급자가 25만명을 돌파할 것도 확실시된다.
황명하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은 “연금이 국민 노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측정하려면, 30년 이상 가입한 수급자들의 현황을 지표로 삼아야 한다”면서 “생애 주기상 소득 창출기를 전부 반영하는 30년 이상 가입자 데이터가 올해부터 드디어 의미 있는 규모로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30년 최고참 세대 등장
국민연금 수령액은 소득이 많을수록, 또 가입 기간이 길수록 늘어난다. 그렇다면 30년 이상 가입한 최고참 세대가 현재 받고 있는 연금액은 얼마나 될까?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이들은 매달 평균 157만2156원을 받고 있다.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의 월평균 연금 수령액(62만원)의 2.5배에 달한다.
월 157만원은 노후 생계 유지에 어느 정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올 초 발표한 ‘2021년도 고령자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노후에 기초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생활비’는 부부의 경우 월 198만7000원, 개인은 124만3000원이었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대표적인 논쟁 중 하나는 ‘연금액이 적다’는 것인데, 이런 주장의 근거가 되는 연금액 통계는 대부분 10~20년 가입자가 기준이다. 국민연금이 성숙기에 들어가면서 이런 논쟁도 30년 이상 가입자 기준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9%... OECD 절반
지금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30년 뒤에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통계청이 올 초 발표한 2021년 근로자 평균 소득(월 333만원)을 받는 직장인을 예로 들어 보자. 이 직장인이 올해 국민연금에 가입한다면, 매달 내야 하는 보험료는 월 소득의 9%인 29만9700원이다(절반은 회사 부담). 이 금액을 30년 동안 성실히 납입하면, 65세에 받게 될 연금액은 93만원 정도다. 노후에 최소한의 생계 유지를 하기엔 미미한 수준이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30년 최고참 세대의 연금액인 157만원은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소득대체율이 낮아지고 있어서 미래 세대는 30년 가입해도 이보다 적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현재 20~30대가 나중에 받을 국민연금의 실질 가치는 훨씬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득대체율이란, 연금 수령액이 평생 월평균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소득대체율 50%는 월 100만원을 벌던 사람이 국민연금으로 월 50만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지난 1988년 70%였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2023년 42.5%까지 떨어졌다. 이후에도 매년 0.5%포인트씩 감소해서 2028년엔 40%가 된다. 같은 보험료를 내도 소득대체율이 낮아지면 그만큼 연금액은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현재 연금을 받고 있는 국민연금 최고참 세대는 소득대체율이 70%로 높았던 시기부터 가입했기에 연금액 산정 시 유리한 측면이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현재 소득대체율(42.5%)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적연금 평균 소득대체율과 엇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라면서 “하지만 국민연금 보험요율은 9%인데 반해, OECD 평균 요율은 20%에 달해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은 소득대체율 40%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들이 보험료를 훨씬 더 많이 내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