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침체한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부양책을 내놓자 최근 은(銀)·구리 가격과 관련한 투자 상품 가격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지난 7월 25달러를 웃돌던 은 선물 가격은 이달 16일 22.54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24.79달러까지 반등했다. 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은선물(H)’ 가격은 지난달 20일 4855원에서 이달 17일 4335원까지 10% 넘게 내렸다가, 최근 반등해서 30일 4730원으로 17일 대비 9% 올랐다.

그래픽=양진경

중국 경기 전망에 따라 은값이 움직이는 것이다. 은은 절반 이상이 산업용으로 소비돼 경기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중국의 경기 침체가 지표로 드러났을 때는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의 6월 청년 실업률은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2분기(4~6월)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3% 증가하는 데 그쳐 전망치(7%)를 밑돌았다. 여기에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사 비구이위안이 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도 중국 경기에 둔화 우려를 증폭시켰다. 하지만 이후 중국 정부가 금리를 인하하고 재정 지출을 늘리는 등 잇따라 부양책을 내놓자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은 가격이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실물경제를 예측하는 선행지표로 활용돼 ‘닥터 코퍼’로 불리는 구리 가격도 최근 회복세다. 지난 15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톤당 8126달러에 거래된 구리 가격은 8375달러까지 3% 넘게 올랐다. 구리 가격이 반등하면서 국내 증시에 상장된 구리 관련 ETF와 상장지수채권(ETN)도 최근 상승세를 나타냈다. TIGER구리실물 ETF, KODEX 구리선물(H) ETF, TIGER 금속선물(H) ETF가 최근 2주간 1~2%가량 올랐고, QV레버리지 구리선물 ETN(H), KB레버리지 구리선물 ETN(H) 등 레버리지 상품들은 같은 기간 7%가량 상승했다.

당분간 원자재 가격은 세계 경제 지표, 미국 긴축 장기화 여부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선 중국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달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제조업 PMI가 예상대로 나올 경우 중국 경기 회복 둔화에 대한 우려로 원자재 수요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미국의 8월 고용 지표에 따라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원자재 가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자재 전망이 긍정적이란 분석도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위기가 다시 부각되면서 수요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에 구리를 비롯한 산업 금속에 대한 단기 투자 의견은 중립”이라면서도 “전 세계가 에너지 전환에 동참하는 상황이라 전기차 제작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에 사용되는 금속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