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최근 연 10%인 신용대출 금리를 연 6.4%까지 내렸다. 600점대였던 신용점수를 800점대로 끌어올린 뒤 돈을 빌린 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한 덕분이다. A씨는 이자를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냈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빌린 돈을 모두 갚으며 신용점수를 높일 수 있었다. A씨는 “금리가 내려가 매달 3만원 정도 이자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채 등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늘어난 이자에 부담을 갖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달 신용대출 평균금리(서민금융 제외)는 연 5.38%로 전월(연 5.32%)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연 4~5%대에 머물던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변동형)도 슬금슬금 오르더니 최근에는 연 6%대 상품까지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MONEY가 이자 지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금리인하요구권’ 100% 활용 팁을 준비했다.
◇금리 인하, 은행 내부 등급 올라야 가능
금리인하요구권은 말 그대로 돈을 빌린 금융회사에 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2019년 6월 시행됐다.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과 카드사, 보험사 등 2금융권에도 신청할 수 있다. 금리 인하를 요구하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신용점수가 높아졌거나 취업 및 승진 등으로 소득이 늘어난 경우가 대표적이다. 돈을 빌린 규모나 건수도 금리 인하 가능성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을 충족한다고 해서 모두 금리 인하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은행 내부 신용등급표상에서 ‘등급 상향 조정’이 이뤄져야 실제 금리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 1~10등급으로 구분됐던 신용등급제는 2021년 폐지됐으나 은행은 대출 심사에 활용하기 위해 자체 등급표를 만들어놓고 있다. 은행마다 다르지만 보통 10~15등급 정도로 나뉜다. 등급은 신용점수를 비롯해 소득, 직장, 대출 상태 등을 폭 넓게 반영해 나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점수가 올라도 등급이 바뀌지 않으면 금리 인하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은행들의 금리 인하 수용률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올해 상반기 4대 은행의 수용률은 26% 정도다.
하지만 대출자들은 자신이 은행 등급표상 어디에 위치하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자신의 최근 재정 여건이나 신용점수가 상당히 개선됐다고 판단되면 금리 인하 요구를 적극 신청해보는 것이 좋다. 금리 인하 요구는 보통 은행 모바일 앱의 ‘대출’ 메뉴에서 쉽게 신청할 수 있다. 금리 인하 요구를 여러 번 해도 신용점수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금리 인하 신청 시 은행 앱이 대출자의 각종 신용 정보를 취합해 최신 정보를 자동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따로 서류를 준비할 필요도 없다. 결과도 바로 나온다.
◇'위험 관련 가산 금리’에만 적용
금리 인하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 중 하나가 ‘재산 증가’와 관련된 부분이다. 예를 들어 주택이나 토지 등의 부동산을 매입한 경우, 관련 등기부등본 등을 서류로 제출하면 금리 인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은행 앱에서도 관련 서류를 사진을 찍어 등록할 수 있다. 금리 인하와 관련해 대표적인 오해는 개인 신용 상태가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금리가 낮아질 거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 신용도가 아무리 좋아져도 금리는 특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다. 은행의 금리 인하는 금리 전체가 아니라 ‘대출자별 연체 위험에 따른 가산금리’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위험도가 애초에 높았던 대출자는 금리가 줄어들 여지가 크다. 하지만 위험도가 낮은 대출자는 신용점수를 많이 올린다 해도 금리를 더 낮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신용점수 900점대 이상(1000점 만점)의 고신용자에게는 금리 인하 요구권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4대 은행의 올 상반기 평균 금리 인하 폭이 0.24%포인트 정도에 불과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 요구권은 실질적으로 중·저신용자들이 가장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 요구권을 통해서만 금리를 낮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전 금융권 상품을 비교해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출시된 ‘대환대출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햇살론과 같은 정책금융상품이나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 등은 금리 인하 요구권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