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韓日) 양국의 간판 자동차 주식인 현대차와 도요타자동차를 둘러싸고 투자자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현대차 주주들은 “공장이 풀가동 중이고 역대급 호실적을 올리고 있는데 주가만 시동이 안 걸린다”고 아우성이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 1년간 5% 하락하면서 역주행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3.5%)에도 못 미친다.
반면 도요타는 최근 1년간 주가가 31% 오르면서 초고속 질주하고 있다. 13일 도쿄 증시에서 도요타는 2707.5엔으로 장을 마치면서 1949년 상장 이후 역사적 최고가를 찍었다.
도요타 주주들은 “바쿠에키(爆益)가 왔다”면서 환호하고 있다. 바쿠에키는 한자로 ‘폭익’인데, ‘폭발적인 이익 증가세’를 나타내는 주식 용어다. 도요타는 올해 영업이익 목표로 3조엔(약 29조원)을 제시했는데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하는 도요타 영업이익은 4조엔을 넘는다.
한일 자동차 회사 주가의 엇갈린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도요타는 국내외에서 하이브리드 판매가 호조이고 미국 시장 점유율 회복 기대감도 높은 반면, 현대차는 이익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전환)과 전기차 점유율 정체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이브리드가 전기차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도요타 주가 상승은 엔저와 생산 회복이 겹치며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 큰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전체 판매의 15%를 차지하는 렉서스를 일본에서 100% 생산·수출하기 때문에 환율에 민감하다. 임 연구원은 “엔저 현상이 지속된다면 도요타 실적은 호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본 현지에서는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 전임 사장의 뒤를 이어 올해 새로 취임한 사토 고지(佐藤恒治) 사장의 주주친화 경영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전임 사장과 달리, 사토 사장은 지난 5월 도요타 실적 설명회장에 직접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동 주식이 30%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도 도요타 주가가 견조하게 유지될 요소로 꼽힌다. 도요타 지분 구조를 보면, 일본 보험사·은행 등 금융회사가 34%를 보유하고 있고 자사주 비중이 20.3%에 달한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극심한 저평가 상태인 한국 자동차주가 투자 기회라고 보는 시각도 생겨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다음 달 국내 자동차 대장주인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 등 3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SOL 자동차 TOP3+ ETF’를 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