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돈을 빌린 뒤 제때 갚지 못하는 20~30대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高)금리 상황이 길어지고, 경기가 부진하면서 소득 기반이 취약한 청년들의 상환 여력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붙어 있는 대출상품 관련 현수막./연합뉴스

14일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30대 고객 비중이 높은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지난 2분기(4~6월) 20대 이하 비대면 대출(개인신용대출) 연체액은 58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2분기(160억원)와 비교해 1년 만에 3.7배로 불어났다. 20대 이하는 연체율도 심각했다. 지난 2분기 연체율이 2.41%로 30대(1.11%), 40대(0.79%), 50대(0.81%) 등 다른 연령대에 비해 2~3배가량 높았다.

인터넷은행에서 청년층 연체가 급증하는 것은 인터넷은행 특성상 신용 점수가 비교적 낮아도 모바일 앱을 통해 쉽고 빠르게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서류 심사를 거쳐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을 빌려주는 ‘비상금 대출’이 대표적이다. 금리는 연 5% 안팎에서 최대 연 15% 수준으로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보다 훨씬 높다.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의 지난달 말 기준 비상금 대출 잔액은 2조6603억원으로 2021년 말(1조5513억원)보다 70%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체액은 43억원에서 200억원으로 4.7배 늘었다. 특히 전체 연체액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70%(약 139억원)나 된다. 김성주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저신용자에게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소액 생계비 대출도 지난 3월 말 출시 이후 2개월간 20대 이하의 이자 미납률이 21.7%나 됐다.

20~30대 중에는 고용이 불안정하면서 소득 수준이 낮거나 학생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번 연체가 발생하면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실제로 올 상반기 20대 이하의 개인 워크아웃 신청자는 4654명으로 2018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