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지지부진했던 은행주(株) 가격이 최근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불안한 테마주(株) 장세에서 벗어나 안정적 주식에 투자하려는 이들이 많아진 데다, 은행주의 높은 배당 성향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의 모습./뉴스1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와 지방은행주를 포함하는 ‘KRX 은행 지수’는 이달 들어서만(15일 기준) 5.7% 상승했다. 7월 말과 비교하면 한 달 반 동안의 상승률이 8.6%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2%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기준금리가 숨 가쁘게 오르던 지난해, 은행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에 따른 수익) 증대 기대 속에 은행 주가는 급등세를 탔다. 하지만 올 들어 은행들의 ‘이자 장사’와 ‘성과급 잔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연체율 상승에 따른 대손충당금(떼일 돈에 대비해 쌓아두는 돈) 확보 부담이 커지면서 상반기 내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그랬던 은행주가 지난달을 기점으로 다시 뚜렷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시중금리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방어주로서 투자 매력이 부각된 덕분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2차전지, 초전도체 등 테마주 위주의 변동성 장세에 따른 혼란을 벗어나고자 은행주를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은 국내 최대 금융지주인 KB금융 주식을 지난달 800억원 넘게 사들였고, 신한·우리·하나금융 주식도 이달(14일 기준)에만 각각 2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영국 런던에서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한 투자설명회(IR)에서 “금융 당국은 배당과 주주친화 방침에 관해 금융사들의 자율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고배당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우리금융과 기업은행, BNK금융, DGB금융 등의 연말 배당수익률은 9%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마이너스 금리’인 일본에서도 최근 은행주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의 해제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금리 반등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아톰캐피털매니지먼트의 아쓰코 즈치야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일본 은행주는 통화정책 변화뿐 아니라 낮은 밸류에이션 때문에 30%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