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배당 시즌이 다가오면서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 중 배당수익률이 높은 50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 고배당 50지수는 해당 종목들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3.3% 상승해,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1.76%를 웃돌았다.

국내 증시엔 ‘찬바람이 불면 배당주에 투자하라’는 격언이 있다. 그래서 연말로 갈수록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 그런데 올해는 특히 테마주 장세가 계속되면서 피로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배당주로 일찌감치 눈을 돌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경기 방향성이 모호해지고 있는 데다 정치 리스크 등이 새로 등장하면서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배당주도 동반 하락할 위험성이 있다는 건 감안해야 한다.

◇작년보다 올해 배당 늘어날 듯

증권가에선 9월이 배당 투자의 적기라는 말이 나온다. 상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연간 배당 규모를 예상할 수 있는 데다 저평가돼 있던 종목을 미리 매수하면 주가 상승으로 인한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05년 이후를 살펴보면, 코스피 200 고배당 지수 상승률이 코스피 200지수 상승률보다 높았던 경우가 9월이 가장 많았다”면서 “이후 연말로 갈수록 고배당 지수의 성과가 코스피 200 대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금융업·통신업 등 전통적인 배당주에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몰린 것도 이런 전망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5일까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151억원어치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음에도 금융업종에선 1380억원어치, 통신업종에선 606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올라가면서 작년보다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1주당 배당금의 비율)이 올라갈 것이란 기대도 배당주에 돈이 몰리는 배경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작년에 3.69%였던 현대차의 배당수익률은 올해 5.54%에 달할 전망이다. 기아(4.46%→6.22%), KB금융(5.32%→6.11%), 신한지주(5.62%→5.91%) 등도 배당수익률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김하경

전문가들은 배당주 중에서도 특히 은행·보험 등 금융주에 주목한다. 배당수익률은 높은데, 현재 주가 수준은 역사적인 저점에 머물고 있어 주가 상승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요 은행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0.4배에 불과하다. 현재 주가 수준이 장부상 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주는 최근의 상승에도 평균 PBR이 0.33배 수준에 불과하고, 올해 은행주 주가 상승률도 코스피 상승률을 밑돈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 여력이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새 회계 기준이 도입돼 상반기 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대비 60% 이상 늘었다는 점에서 보험사들도 올해 ‘역대급’ 배당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배당주 펀드·ETF도 대안

종목 고르기에 자신이 없다면, 배당주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도 고려해볼 만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배당주펀드 274개에 1164억원이 유입됐다. 배당주 펀드는 최근 한 달간 평균 2.55%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6개월(6,98%), 연초 이후(9.72%) 수익률 역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국내 배당주에 투자하는 공모펀드 가운데선 ‘우리 중소형 고배당 펀드’가 올 들어 42.55%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 들어 펀드 설정액도 127억원 늘었다. ‘마이다스 뉴베스트 트리오 펀드’(26.31%), ‘NH-아문디 4차 산업혁명 연금증권 전환형 펀드’(21.71%) 등도 2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배당주를 담은 ETF의 상승세도 돋보인다. KB자산운용의 ‘KBSTAR 대형 고배당 10 토탈 리턴 ETF’가 올해 수익률 33.57%를 기록, 배당주 ETF 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뒀고,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타임폴리오 코리아 플러스 액티브ETF’(22.03%),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배당가치 ETF’(21.71%) 등도 수익률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