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구 1위인 50대. 올해 기준 862만명으로 전체의 17%를 차지한다. 수적으로 모든 연령대를 압도한다. 이런 50대의 요즘 최대 고민은 “지금부터 노후 대비를 시작해도 괜찮을까”다. 하지만 주변 얘기에 불안해하면서 ‘이미 늦었다’고 체념할 필요는 없다. 전세계 5위 부자인 워런 버핏은 50세였을 때의 재산이 지금의 0.2%(3억달러)에 불과했다. 그는 현재 가진 부(富)의 99%를 50세 생일이 지난 이후에야 모았다.
신동훈 메리츠증권 PB는 “은퇴 후 30년이 꽃길일지 아니면 지옥일지는 50대를 어떻게 사느냐에 달렸다”면서 “사랑하는 가족과 아쉬움 없는 노후를 보내기 위한 정도의 자산을 만든다면 50대에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다”고 말했다.
신동훈 PB는 삼성증권, 동부증권, SC제일은행 등 금융가에서 30여년 잔뼈가 굵은 자산관리 베테랑이다. <50대 재테크에 다시 한번 미쳐라>, <50부터 절대 잃지 않는 돈 굴리기> 등 50대를 위한 책도 펴냈다. 신동훈 PB에게 눈앞이 깜깜한 50대를 위한 재테크 공식을 알아봤다.
✅버핏은 재산 99%를 50세 이후에 축적
–어쩌다 보니 벌써 오십이다.
“인생 주기상 50대는 소득이 정점을 찍는 시기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50대의 순자산이 5억3473만원으로 전 연령대 중에 가장 많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시기에 지출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점이다. 온갖 집안 대소사에 자녀 교육비, 부모님 부양, 세금, 대출 상환 등으로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아진다. 수입 초과 상태가 지출 초과 상태로 바뀌는 것이다. 당연히 퇴직 이후 월급이 끊기는 소득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락)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집 한 채 있으면 괜찮지 않나.
“우리나라 50대는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 그래서 갑자기 퇴직이라도 하게 되면 매달 먹고 살기 위한 돈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다. 생활비가 부족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상담을 실제로 많이 받는다. 모아 놓은 자산이 별로 없다고 느끼면서 불안해지는 시기를 잘 버텨야 한다. 늦게라도 돈을 모아야겠다고 결심한 건 좋지만, 그렇다고 그 마음이 지나치면 정신 건강에 해롭다.”
–50대의 돈 굴리기는 왜 다른가.
“50대는 돈을 잃으면 타격이 크기 때문에 원금을 지키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챙겨야 한다. 젊을 때 주식 투자를 한다면 고수익을 노리면서 과감하게 사팔사팔(사고 팔기) 해도 괜찮다. 하지만 50대엔 변동성이 큰 종목보다는 안정적인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 10년 뒤에도 살아 있을 회사, 장사를 잘해 배당금을 꼬박꼬박 줄 회사를 찾아야 한다. 부동산 투자를 한다면, 장기간 돈이 묶이는 재건축·재개발은 피해야 한다. 땅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내가 죽고 난 뒤 자식 세대에서 승부가 날 수도 있다. 장사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퇴직금 창업은 피해야 한다.”
–여유자금 굴리기는 어떻게?
“50대엔 정기예금의 2배 수익을 목표로 하자. 금융상품은 크게 깨지지 않으면서 정기적인 수익이 나오는 저위험·중수익 상품이 적당하다. 리츠(REITs) 같은 상품이 대표적이다. 리츠란,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거래되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을 말한다. 금리 상승 충격으로 리츠 주가는 올해 빠졌다. 리츠는 통상 대출을 끼고 건물을 매입하는데, 금리 상승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서 약속한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금리가 정점 근처라고 본다면, 주가가 하락해서 배당 수익률이 높아진(시가 기준 연 9~10%) 지금이 투자의 적기일 수도 있다. 공모주 우선 배정과 절세 혜택이 있는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도 고려해 볼만 하다. 올해 세법 개정으로 수익에 대해 분리과세(15.4%)되는데, 세금과 건보료 측면에서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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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다, 은퇴부자들의 지갑
–‘은퇴부자’를 꿈꾸는 50대가 많다.
“금융권에서 오래 일하면서 자산가들을 많이 만났다. 서울 강북에 거주하는 60~80대 은퇴부자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이 분들의 공통점은 돈이 지갑 안으로 한 번 들어가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저축은 미덕, 소비는 악(惡)이라는 생각이 강한 편이다. 점심 식사를 하더라도 일정 금액 이하에서만 한다. ‘1만원 이하’ 이렇게 정해두고 지키려고 노력한다.”
–지갑은 언제, 어디에서 여는가.
“꼭 구입해야 하는 물건인지 대체할 만한 물건은 없는지 3번 정도 생각한다. 길게 고민한 후에 구입하는 물건은 비싸더라도 오래 쓸 수 있는 것을 고르다. 가령 자동차를 살 때도 강판이 경쟁사에 비해 두꺼우니까 안전하다면서 특정 브랜드만 구입하는 식이다. 자금 입출금 내역도 가계부 등을 활용해 매일 빠짐없이 기록한다. 지갑엔 신용카드보다는 현금이 더 많이 들어있다. 신용카드는 외상 개념이라며 싫어하고, 현금으로 소비해야 돈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이므로 추가 소비를 할 때 신중해진다고 말한다.”
–은퇴부자들의 생활태도는?
“현관에 들어서면 은퇴부자인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다. 은퇴부자들은 집을 잘 정돈해 둔다. 물건들이 제 위치에 잘 놓여져 있고 흐트러져 있지 않다. 정리가 잘 되어 있으면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아니까, 이미 집에 있는 물건을 중복으로 살 확률도 낮다. 집이 청결하면 질병도 덜 생기고 병원비도 덜 든다. 재무 관리가 훌륭한 집은 냉장고가 속까지 다 보일 정도로 텅 비어 있기도 한다. 음식을 많이 사뒀다가 버리는 낭비를 피할 수 있고, 에너지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우물쭈물하다가 퇴직이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뭘 해야 할까요?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인 ‘은퇴스쿨’이 퇴직을 앞둔 50대가 꼭 알아야 할 7가지 원칙을 알려드립니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선 다음 링크를 복사해서 접속해 보세요(https://cutt.ly/GwcGmi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