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주택담보대출(아파트만 해당)과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은 온라인 비교 플랫폼을 통해 더 낮은 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훨씬 간편해진다. 금융위원회는 그동안 신용대출에만 적용하던 ‘대환대출 인프라’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로 확대한다고 25일 밝혔다. 정부가 5월 말 출시한 대환대출 인프라는 스마트폰 앱에서 클릭 몇 번만으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은행·카드·보험사 등의 각종 금융 회사와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업체들이 23개 플랫폼(53사 입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제공할 플랫폼은 각각 19개(32사), 16개(22사)다.

◇주택담보대출도 간편 갈아타기 가능

한 번에 여러 금융사 금리를 비교하고 싶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이용자는 우선 적당한 온라인 플랫폼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아야 한다. 플랫폼마다 제휴사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금융사들의 입점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플랫폼은 여러 개를 써도 무방하다. 플랫폼에 접속해 소득·자산·직업·주소 등을 입력하면 금융사별 금리와 조건 등이 화면에 뜬다. 기존 대출의 중도 상환 수수료와 금리 변동 시점 등을 감안해 연간 얼마를 아낄 수 있는지도 나온다.

원하는 상품을 선택하면 대출 갈아타기를 위한 심사가 시작된다. 등기필증, 임대차 계약서 등 각종 서류를 앱(영업점 제출도 가능)으로 내면 대출 승인까지 2~7일가량 걸린다. 앱을 켜고 15분 만에 갈아타기가 가능한 신용대출보다 심사 시간이 훨씬 길다.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의 대출 규제나 임대차 계약 등 검증해야 할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대출 승인이 나면 계약 후, 금융사 간 대출금 주고받기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 간 기존 대출 상환은 금융결제원의 ‘대출이동중계시스템’으로 간편하게 이뤄지고, 근저당권의 설정 및 말소 등의 업무 처리도 간소화됐다”고 말했다. 대출자가 직접 금융사를 다니며 금리를 비교하고, 법무사가 상환할 대출금을 들고 은행에 방문해야 했던 기존 갈아타기 방식이 크게 단순화되는 것이다.

그래픽=양인성

◇DSR 규제 안에서 대출 잔액만 이동

금융권에선 이번 조치로 막대한 자금이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택 관련 대출은 금액이 크기 때문에 금리를 조금만 낮춰도 아낄 수 있는 이자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기준 주택담보대출(아파트)과 전세대출 잔액은 각각 약 500조~550조원, 200조원 정도다.

금융위에 따르면 5월 말 신용대출 대환대출 인프라 출시 이후 4개월여간(지난 15일 기준) 총 1조5849억원(6만7384건)의 대출이 움직였다. 총이자 절감액은 300억원이 넘고, 평균 금리 절감 폭은 약 1.5%포인트로 집계됐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신용대출보다 금액이 큰 주택 관련 대출 고객을 뺏어오기 위한 금융사 간 금리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인성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가계 빚 급증세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부동산 경기 회복과 함께 ‘내 집 마련’을 위해 무리해서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자 부담을 쉽게 줄일 수 있으면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기존 대출 잔액만큼만 ‘갈아타기’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예컨대 처음 3억원을 빌린 사람의 대출 원금이 갈아타는 시점에 2억원으로 줄었어도 다시 3억원으로 한도를 늘리지 못하고, 대출 잔액(2억원)만 갈아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행 DSR 규제(은행 40%, 2금융권 50%)를 넘어서는 사람은 아예 인프라를 이용할 수 없다. 또 대출 갈아타기 후 일정 기간 움직일 수 없도록 하는 ‘기간 규제’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

한편 금융위는 이날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금융사들의 무리한 금융 상품 영업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다음 달 12일부터 금융사가 방문 또는 전화 권유로 금융 상품을 판매하려는 경우 소비자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또 소비자는 금융사에 금융 상품 권유 연락을 금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