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지원

“앞으로 OO 테마가 유망하다는데 어떤 종목들을 사야하지?”

개인 투자자라면 한번쯤 해봤을 고민이다. 신성장 산업을 골라 미리 투자하고 싶지만, 본업으로 바쁜 일상에 특정 테마의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을 일일이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온라인상에 떠도는 ‘OO 테마주 리스트’를 신뢰하기도 어렵고, 최신 트렌드인 경우엔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나 펀드가 출시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막막해진다.

이럴 때 증권사의 맞춤형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활용하면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다이렉트 인덱싱이란 직접 지수를 구성한다는 뜻에 걸맞게 증권사가 제시하는 테마별 투자 포트폴리오(투자 목록) 중 하나를 골라 입맛대로 수정한 뒤 투자 바구니에 담는 것을 가리킨다. 개인투자자는 개별 종목을 넣고 빼거나 비중 조절만 하면 되니 매우 효율적이다. KB증권에선 이렇게 지수에 담은 종목들을 최대 50개까지 단 몇 초만에 일괄 매수할 수 있다. 이른바 ‘나만의 ETF’를 직접 만들어 관리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현재는 NH투자·KB 증권만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한화 자산운용 등 다른 금융투자사들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그래픽=이지원

◇KB증권 “이젠 美주식도 다이렉트 인덱싱”

KB증권은 지난 19일 국내 최초로 미국 주식 다이렉트인덱싱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4월 국내 주식 대상 다이렉트인덱싱 서비스를 시작한 지 5개월만이다.

KB증권 다이렉트인덱싱의 강점은 고객이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데 길잡이가 될 다양한 ‘프리셋(선택지)’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공개된 전략들만 100여개에 달한다. 예컨대 국내에서 각광받는 ‘로봇제조’ 테마나 ‘글로벌 반도체 테마’, ‘AI&사물인터넷 테마’ 등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한 프리셋들을 발빠르게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개인 투자자도 전문가 수준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다.

미국발(發) 고금리가 장기화 전망이 힘을 얻는 가운데 KB증권은 ‘AI주도주 엔비디아 밸류체인&협력사들 테마’ 선택지를 추천했다. 핵심 성장주에 대한 수요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거라는 이유에서다. 이 선택지에는 엔비디아와 관련해 공급망 측면으로는 마이크론 등이 포함됐고 수요 측면에서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오라클 등을 포함시켰다.

국내 주식 선택지에서는 ‘빅파마도 눈독 들인 K바이오(Active)’가 추천됐다. 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임상 실패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크므로 임상 2·3상이 진행 중인 기업 중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과 기술 이전 계약이 존재하는 곳들을 골랐다.

KB증권의 다이렉트인덱싱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로 이용할 수 있다.

◇NH증권 “나만의 ETF 제작”

NH투자증권은 작년 2월 국내 최초로 다이렉트인덱싱을 선보였다. 다양한 시장지수(인덱스)를 기반으로 투자자 투자 기호에 따라 개별 종목을 넣고 빼는 커스터마이징(개인화)을 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를 뺀 코스피’나 ‘ESG 관련 기업 중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들’과 같은 식이다.

기초 지수는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상장 대표기업 같은 기본 지수 뿐 아니라 NH증권이 자체 개발한 지수 중에서도 선택 가능하다. ESG·이차전지·우주항공 등 다양한 테마형 지수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자는 자신이 만든 지수를 시뮬레이션해 성과를 확인한 뒤 종목에 투자할 수 있다.

한편 다른 증권사·운용사들도 다이렉트인덱싱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2025년 시행될 금융투자소득세에 대비한 절세 전략으로 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다이렉트인덱싱은 직접 정한 주기에 따라 투자 종목 비율 재조정(리밸런싱)을 하는데, 손실 본 종목들만 골라 매도하면 통산되는 손익 규모가 줄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은 미국 내 다이렉트인덱싱 시장 규모가 2020년 3500억달러에서 2025년 1조5000억달러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