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은퇴를 앞둔 박모(57)씨는 은퇴 자금으로 모아둔 3억원을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의 지식산업센터에 투자한 후 밤잠을 설치고 있다. 수익성이 떨어져 잔뜩 손해 볼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씨는 ‘중도금을 무이자로 지원하고, 잔금 80% 대출해 준다’는 등의 분양 홍보에 혹해 투자했지만, 지금은 그런 선택을 후회한다고 했다.

은퇴용 투자처 중 하나로 꼽혔던 지식산업센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한 건물 안에 IT(정보 기술) 벤처 등 중소기업이 몰려 있는 3층 이상의 집합 건축물로, 일명 ‘아파트형 공장’이라고도 한다. 2~3년 전만 해도 지식산업센터는 아파트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대체 투자처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매량은 총 233건으로, 전년 동기(618건) 대비 62%나 하락했다. 거래 금액도 3550억원에서 1202억원으로 66%가량 감소했다. 은퇴족이 노후 투자 상품으로 무조건 의지하기엔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는 ‘투자 주의보’가 울리고 있다.

그래픽=양인성

◇틈새 수익형 상품으로 인기 끌었지만

지식산업센터는 1990년대부터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성동구 성수동 일대 등에 들어섰다. 벤처기업 붐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당시 ‘아파트형 공장’이라는 명칭 탓에 부정적 인식도 있었다. 2010년대 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파트형 공장 대신 지식산업센터란 정식 명칭이 생기면서 대기업 계열사, 협력 업체 등이 대거 입주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공급량이 증가했다.

지식산업센터는 업무용 시설인 오피스와 비슷하지만 성격은 차이가 있다. 오피스와 달리 지식산업센터는 입지에 따라 입주 가능한 지원 시설 종류와 건축 면적 한도가 결정돼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없어서, 양도나 임대가 쉽지 않다. 또 단독 소유가 대부분인 오피스와는 달리, 지식산업센터는 집합 건물이라 호실별로 소유주가 다르다. 그래서 대규모 임차 수요가 활발하지 못하다.

이런 단점에도 그간 ‘틈새 수익형’ 상품으로 인기가 높았다. 오피스텔∙상가에 비해 수요가 많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했다. 수익률도 연 6~7% 이상으로 높았다. 다양한 금융·세제 혜택도 누렸다. 분양가 70~80%까지 융자가 가능해 자기자본 20~30%만으로 구입이 가능했다. 저금리 기조로 더 높은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아 5년간 직접 입주해 활용하면 작년까지 취득세 50%, 재산세 37.5%를 감면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2020년부터 당국이 주택 시장을 규제하는 데 대한 반사 이익으로 인기가 더 높아졌다. 통상 임대료로 수익을 내는 ‘수익형 부동산’임에도 시세 차익까지 커진 것이다. 서울시 주요 권역 소재 지식산업센터가 평(3.3㎡)당 1000만원 이상을 호가하면서, 평당 평균 거래가는 분양 대비 약 2배가량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저금리 시대 노후 수단? 과잉 공급에 우려 증폭

하지만 최근 지식산업센터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지식산업센터 공급 증가와 경기 침체로 임차인 구하기가 더욱 힘들게 됐다. 게다가 금리 인상으로 이자까지 상승하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지난 7월 기준 전국의 지식산업센터는 이미 1511곳이나 된다. 2년 전인 2021년 (1253곳) 대비 약 21% 증가한 것이며, ‘지식산업센터 원년(元年)’인 2010년(481곳)에 비해선 214%나 늘어났다.

또 연 2~3%대였던 대출 금리가 크게는 3배 이상 오르며 신규 투자가 주춤해졌다. 주택 담보 인정 비율 70~80%까지 대출받은 ‘영끌’ 투자자는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수억원 손실을 감수하면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사무실을 내놓은 경우도 있다. 여기에 분양가도 오르면서 수익률도 감소했다. 5년 전 지식산업센터 임대를 통해 연간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연 6~7% 정도였지만, 현재는 연 4% 내외에 불과하다.

◇옥석 가려 투자해야

지식산업센터 투자를 계획하는 은퇴족은 유의할 점이 많다. 먼저, 증가한 지식산업센터 공급량과 감소하는 매매 거래량을 고려해야 한다. 지식산업센터는 저금리 상황과 정부의 주택 규제로 인한 풍선 효과로 공급이 늘었지만, 거래량은 줄곧 감소해왔다. 서울과 경기권 지식산업센터의 누적 입주 물량이 계속 증가한 만큼, 수요가 늘지 않을 경우 지속적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둘째, 지식산업센터는 투자 전 입주 요건에 맞는 임차 수요를 고려해야 한다. 지식산업센터는 분양 요건에 맞는 수요층에게만 분양 가능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개인이 지식산업센터를 분양 받으려면 입주가 가능한 업종의 사업자로 등록돼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식산업센터의 ‘양극화’에 대비해야 한다. 공급량이 늘어난 만큼, 센터 내부에 편의 시설과 고급 인테리어를 갖춘 곳에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임차인들은 기숙사와 보육 시설 등이 있는 센터를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옥석을 가려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