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업무량과 상사 잔소리가 급격하게 줄어들면 비로소 관심을 갖게 되는 연금. 젊을 땐 집 사서 은행 빚부터 갚아야 하니 우선 순위에서 밀리지만, 자리가 위태로워지는 중년 회사원이 되면 연금 통장부터 들춰보게 된다. 부부가 계산기를 꺼내 예상 연금액을 따져보는 시기도 바로 이때다. 50대 직장인이 꼭 알아야 할 연금 굴리기 공식을 알아 봤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1️⃣월 75만원 납입 세팅하기

연금(연금저축+IRP)은 ‘국가가 밀어주고 시간이 불려주는’ 금융상품이다. 국가가 밀어준다는 의미는 1년 900만원 한도로 주어지는 연금 세액공제(13.2~16.5%) 혜택을 의미한다. 환급액은 연 소득에 따라 달라지는데, 5500만원 이하면 최대 148만5000원, 5500만원 초과면 최대 118만8000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또 연금은 55세까지는 돈을 자유롭게 인출하지 못해서 ‘강제 저축’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복리 효과를 누린다.

은행빚과 사교육비에서 자유로워진 50대 퇴준생(퇴직준비생)이 연금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월 75만원 연금 자동이체’를 세팅하는 것이다. 연금 세액공제 한도가 1년에 900만원이니까, 매달 75만원씩 연금 계좌에 붓는 것이다. ‘운동은 남이 시켜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연금도 마찬가지다. 자동 이체를 해둬야 목표를 달성하기 쉽다.

연금 세액공제 한도는 작년까진 700만원이었지만, 올해부터 900만원으로 늘어났다. 작년까지 700만원을 붓고 있었다면, 연말까지 추가로 200만원을 더 넣어 추가 절세 혜택을 챙기도록 하자.

2️⃣정년 후 연금액 계산하기

뒤늦게 정신이 번쩍 든 50세 퇴준생이 퇴직 때까지 매달 75만원씩 붓는다면, 10년 후 연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조선일보 [왕개미연구소]가 연금 솔루션 개발업체 [아티웰스]에 의뢰해 연봉 1억인 50세 박 부장의 사례를 시뮬레이션 해봤다.

박 부장이 10년간 매년 900만원씩 착실히 납입한다면, 연금 계좌엔 원금 9000만원이 쌓인다. 연평균 4%씩 꾸준히 수익을 냈다고 가정하면, 10년 동안의 운용 수익은 약 1745만원. 여기에다 세액 공제 환급금(1188만원)과 세액 공제 환급금 운용 수익(230만원)을 더하면, 60세 퇴직 시점에 약 1억2200만원의 연금 자산이 생긴다.

이 돈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전부 다 쓰고 죽을 생각이라면, 박 부장은 60세부터 82세(남성 평균수명)까지 매달 48만원씩 인출해서 쓰면 된다. 만약 연금 자산의 운용 수익률을 연 6%까지 높인다면, 연금액은 매달 53만원으로 늘어난다.

65세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즉 60~64세까지는 연금에서 150만원 넘게 뽑아쓰고, 65세부터는 소액을 받는 식으로 수령 방식을 설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월 100만원 넘게 연금을 받으면 1200만원 한도(내년부터 1500만원 예정)에 걸려서 종합과세(16.5%) 대상이 되어 세금을 더 내야 하니 주의해야 한다.

3️⃣빨리 시작할수록 승률 높아져

“10년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세상일이 그렇지만, 연금도 발등에 불 떨어졌을 때보다는 미리 준비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만약 50세 박 부장이 10년 전에(41~50세) 노후를 준비했다면 어땠을까.

[아티웰스] 분석에 따르면, 41~50세에 9000만원을 연금에 넣은 박 부장은 60세 퇴직 시점에 1억8000만원 가량의 노후 자산을 손에 쥔다. 연금 계좌에 불입한 원금(9000만원)은 똑같지만 50대에 시작했을 때에 비해 6000만원 가량 더 많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는 “노후 준비는 젊어서 할수록 유리하고 인플레이션 헤지가 가능한 투자 자산으로 준비해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면서 “투자 자산은 단기적으론 손실이 날 수도 있지만 기간을 늘려 운용하면 충분히 변동성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4️⃣연금 성과 높이는 꿀팁

그렇다면 연금 계좌는 어떻게 운용해야 유리할까. 요즘 트렌드는 증권사에서 연금 계좌를 만들고,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모으는 것이다. ETF는 코스피·반도체 등 기초자산 추이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는 펀드인데, 올해 자산 규모가 최초로 100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조상준 타임폴리오자산운용 ETF본부장은 “연금은 일단 한번 입금하면 빼기도 어려운 데다 미래 노후 자금을 만들기 위해 길게는 20년까지도 운용해야 한다”면서 “일반적인 투자와는 결을 다르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특히 연금 계좌에서 테마성 ETF 투자는 꼭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마는 사이클이 있고, 상승 사이클이 끝나면 언제 다시 돌아올 지 모를 긴 하락기에 갇힐 수 있습니다. 차이나2차전지 테마가 대표적이죠. 연금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대표 지수에 투자하는 것이 적합합니다. 강력한 경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성장 산업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대표지수인 S&P500이나 나스닥100 같은 것입니다.”

운용 성과에 플러스알파를 더하고 싶다면, 액티브ETF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액티브ETF는 기계적으로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ETF 속성에 펀드매니저의 감각을 30% 정도 가미한 상품이다. 상품명에 ‘액티브’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똑같은 지수를 추종한다고 해도 액티브ETF는 펀드매니저 재량에 따라 초과 성과를 올릴 수 있다<표 참고>.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5️⃣만약 불의의 사고가 생긴다면

이렇게 차곡차곡 모아서 만든 연금자산, 죽기 전에 다 쓸 생각이지만 만약 다 쓰지 못한 상태에서 불의의 사고가 생겼다면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적연금도 부동산처럼 상속 대상이며, 상속세 부과 대상이다.

그런데 연금은 절세 혜택을 받은 상품이기 때문에 한꺼번에 다 인출하면 불이익(기타소득세 16.5% 분리과세)이 있다. 하지만 가입자 사망 같은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해서 상속이 발생하는 경우엔 예외다. 연금을 일시금으로 인출한다고 해도 페널티를 내는 일은 없고, 연금소득세(3.3~5.5%)만 내고 해지하면 된다. 단 사망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상속세는 연금소득세를 다 내고 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그런데 배우자가 만 55세 이상이라면 연금계좌를 승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연금 소유권을 배우자가 넘겨 받는 것이다(자녀는 불가능). 금융회사에 6개월 내에 신청해야 하고, 배우자는 연금소득세(3.3~5.5%)만 내고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상속세는 연금계좌 가액(세금 부과 전)이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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