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최근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는 와중에, 고금리로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이 늘어나자 은행권이 줄줄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달 3.82%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코픽스는 여전히 작년 최고치인 4.34%보다는 낮지만, 연중 최고로 높아지며 앞으로 대출 금리는 더욱 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김성규

◇은행 대출 금리 ‘도미노 인상’ 되나

17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대표 상품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6개월 코픽스)는 연 4.44~6.26%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4.14~5.62%였다.

은행별 대표 상품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보면, 국민은행의 변동금리 대출이 연 4.44~5.84%, 고정금리는 연 4.14~5.54%였다. 신한은행은 변동금리가 연 4.53~5.83%, 고정금리는 연 4.91~6.22%였다. 우리은행의 변동금리는 연 4.69~5.89%, 고정금리는 연 4.42~5.62%였다. 농협은행의 변동금리는 연 4.55~6.26%, 고정금리는 연 4.34~6.04%였다. 하나은행은 변동금리 연 5.226~6.226%, 고정금리는 4.304~5.304%였다. 특히 하나은행의 대출 중에선 신규 코픽스 기준 금리 상단이 연 7.116%로 집계되는 등 최고 금리가 연 7%를 넘기도 했다.

주요 은행의 금리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예컨대 농협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은 지난해 12월 연 7.13%로 연 7%를 돌파했다. 하지만 차츰 떨어져 올해 2월 연 6.32%로 연 6%대를 기록했고, 지난 16일(연 5.98%)까지 연 5%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날 8개월 만에 상단이 다시 연 6%를 돌파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주요 상품의 대출금리가 지난해 11월 연 6.12~7.52%로 하단과 상단이 각각 연 6%, 연 7%를 넘었다. 그러다 올해 차츰 떨어져 5월 연 3.85~5.25%로 저점을 찍고, 6월에는 3개월 만에 하단이 다시 연 4%대로 올라섰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달 들어 줄줄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1일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와 신잔액코픽스 기준 변동금리(6개월 신규)를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씩 올렸다. 우리은행도 지난 13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를 0.1~0.2%포인트 올렸다. 금리를 깎아주는 폭을 줄이거나 우대금리를 낮추는 경우도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상품의 금리감면율을 0.15%포인트 줄였다. NH농협은행도 17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를 0.2%포인트, 전세자금 대출 우대금리를 0.3%포인트 각각 축소 적용한다. 실질적으로 대출 금리가 올라가는 셈이다.

◇코픽스 연중 최고 기록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기 때문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예·적금, 은행채 등으로 조달한 자금의 평균 금리로,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질수록 코픽스는 높아진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중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82%로 8월(3.66%) 대비 0.16%포인트 올랐다. 신규 코픽스는 지난 7월 하락 전환하며 이후 두 달간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달에 3개월 만에 다시 상승해 올 1월(3.82%)과 같은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잔액 기준 코픽스(3.88%)와 신잔액 기준 코픽스(3.29%) 역시 전월 대비 각각 0.02%포인트씩 올랐다.

◇금리 인상에 예·적금엔 뭉칫돈

한편, 금리가 오르며 기업과 가계 자금이 정기 예·적금 등에 흘러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2023년 8월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8월 광의통화(M2) 평균잔액은 3829조6000억원으로 7월보다 8조8000억원(0.2%) 증가했다. 3개월 연속 증가세다.

특히, 금융상품별로 보면 정기 예·적금이 전월보다 7조7000억원 늘어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수신금리 오름세에 가계자금이 유입되고, 일부 은행이 적극적으로 기업자금을 유치해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