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양 시장 침체로 부동산 PF 대출 비중이 큰 캐피탈사 등 2금융권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국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뉴스1

서울 청담동 프리마 호텔을 공동주택 및 오피스텔로 개발하는 총 4640억원 규모의 ‘르피에드청담 브릿지론’이 기한이익상실(EOD) 위기에 처했다.

26개 금융회사가 출자한 사업으로 지난 18일이 브릿지론 만기였지만, 총액의 40%에 가까운 자금을 투자한 선순위 투자자인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반대하면서 만기 연장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최악의 경우 증권사와 은행, 펀드 등을 통해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보탠 개인 투자자들도 원금을 잃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기연장의 키는 새마을금고가 쥐고 있다. 브릿지론 총액의 39%에 달하는 1800억원을 선순위로 대출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PF대주단 협약에 따르면 채권액 기준으로 전체의 3분의2가 동의해야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대주단은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다른 투자자들에게 만기연장 동의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마을금고는 만기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채무자 측과 의견을 조율한 결과, 만기를 연장하는 것보다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투자업계에선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금품 수수 혐의로 기소되는 등 내부 리더십 위기에 빠진 새마을금고가 금융 리스크 회피에 나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른 PF 사업장에서도 새마을금고가 이번처럼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업계에선 새마을금고발(發) 디폴트 사업장이 연이어 등장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만기연장이 이뤄지지 못하면 해당 브릿지론은 EOD를 선언하고 토지 공매로 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이 경우 후순위 채권자들은 투자금을 잃을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