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코로나 이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주요 선진국들에서 고용률이 빠르게 상승하는 ‘고용 호조 성장(Job-rich recovery)’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을 했다. 과거 경기 회복기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recovery)’이 나타났는데, 이와 매우 다른 양상이라는 것이다.

24일 한은의 ‘팬데믹과 고용 호조 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고용률이 3년간 3.2%포인트 올랐는데, 과거 경기 회복기 때 고용률은 0.5%포인트 회복하는 데 그쳤다. 실업률도 과거 경기 회복기엔 큰 변화가 없었지만, 팬데믹 이후엔 1.5%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은 이런 ‘고용 호조 성장’엔 코로나의 특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과거 경기 침체와 달리 이번 경기 침체는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영향이 컸는데, 방역 대책이 해제되면서 노동시장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에 큰 타격을 받았던 대면 서비스업은 학력, 경력 등을 요구하지 않아 엔데믹(풍토병화)과 동시에 일자리를 빠르게 채울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또 팬데믹 이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선호, 여성 노동시장 참여 확대 등으로 근로 시간이 감소한 것도 영향을 줬다. 근로 시간이 줄어 취업자가 늘게 됐다는 것이다. 인력난을 겪는 기업들이 기존 취업자들의 고용을 유지하고 있기도 했다.

다만 한은은 이런 상황이 노동생산성 개선을 이끌어내진 못했다고 평가했다. 오삼일 한은 고용분석팀장은 “여성 중심으로 노동공급 기반이 확대된 점은 긍정적이나, 고용 재조정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한 채 노동시장이 빠르게 회복하면서 노동생산성 증가세는 둔화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