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대전에서 발생한 트럭 전도 사고 영상 일부. 전동 킥보드는 여중생이 타고 있었다./한문철TV

지난 6일 새벽, 대전의 신호등 없는 한 교차로에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갑자기 옆에서 전동킥보드가 불쑥 튀어나왔고 트럭 운전자는 놀라서 핸들을 확 꺾었다. 킥보드와 충돌하는 것은 간신히 피했지만, 차량은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이 사고로 트럭 운전자는 크게 다쳤다.

안전모도 쓰지 않은 채 좌회전을 하던 킥보드 탑승자는 어린 여학생이었다. 영상 시청자들은 “운전하다 보면 저런 위험한 킥보드를 하루에 두세번이나 만날 때가 있다”면서 “허술한 면허 인증으로 미성년자 무법 운행이 판치는데, 프랑스 파리처럼 킥보드를 퇴출시키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심장이 철렁해지는 트럭 전도(顚倒) 사고 영상은 일본 후지TV, 니혼TV도 보도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관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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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거리를 활보하는 전동킥보드. 무면허 10대 청소년들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켜 운전자들에겐 위협적이다. 실제로 전동킥보드 사고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8년만 해도 전동킥보드 사고는 225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386건으로 10배 넘게 급증했다.

최대한 방어 운전을 해야겠지만, 전동킥보드와 접촉사고가 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대전의 트럭 전도 사고처럼, 킥보드 운전자가 무면허 청소년이라면 보상은 어떻게 받아야 할까? 운전자라면 누구나 궁금한 전동킥보드 접촉사고 대처법을 손해보험협회에 알아봤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PM보험 가입됐다면 일부 보상

전동킥보드나 전동휠처럼 전기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1인용 이동수단을 개인형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PM)이라고 부른다. 자체중량 30kg, 시속 25km 이하가 기준이다. PM 운전자 요건은 여러 차례 바뀌었는데, 지난 2021년 4월부터는 운전면허가 있는 만 16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다.

무면허·음주 운전, 안전모 미착용, 인도 통행, 다인 탑승 등은 전부 금지되고, 위반하면 처벌을 받는다. 특히 술에 취해서 전동킥보드를 탔다가 사람을 다치게 하면 자동차 운전자와 마찬가지로 최대 징역 15년의 가중처벌 대상이 된다(2023년 7월 대법원 판결).

그런데 PM은 자동차처럼 운전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이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킥보드 운전자는 무보험 상태라고 보면 된다. PM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률들이 국회에 발의되긴 했지만, 전부 계류 중이다.

일부 전동킥보드 대여업체들이 제3자 배상책임을 기본으로 하는 PM보험에 가입하고는 있다. 하지만 대여업체별로 보험 범위나 내용이 천차만별이고, 설사 보험이 있다고 해도 사고 금액 전체를 보상해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운전자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세종, 진주 등 일부 지자체는 시민 자전거 보험에서 PM 사고 보상 특약을 제공하기도 한다. 별도 가입 없이 해당 지역 주민이면 누구나 사고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단체 보험이라서 보상액(사망보험금 1000만원 등)은 소액이다.

이달 초 천안 도심에서 10대 청소년 2명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난폭운전을 하고 있다./뉴스1

✅차보험 무보험차 특약 활용

자동차 사고는 보험회사들끼리 합의하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얼굴을 붉힐 일이 없다. 그런데 만약 사고를 낸 전동킥보드가 무보험 상태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엔 개별적으로 합의해야 하는데, 무보험인 킥보드 운전자의 경제력에 따라 보상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다.

다행히 정부가 지난 2020년 11월 제도를 개선해서 보상 받을 수 있는 길이 생겼다. 본인 혹은 가족(배우자·부모·자녀 등)이 가입 중인 자동차 보험에 ‘무보험차 상해 특약’이 있으면 된다. 무보험차 상해 특약은 무보험 자동차 사고로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억울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데, 전동킥보드도 무보험차에 포함된다.

가해자가 보상을 거부하며 배째라로 나온다면, 피해 운전자는 본인이나 혹은 가족이 가입 중인 보험사에 연락해 치료비를 요청하면 된다. 이때 가해자 정보와 관할 경찰서의 교통사고사실확인원을 제출해야 한다. 보험사는 가해자를 대신해서 치료비를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가해자에게 구상이 들어가서 보상 금액을 회수한다.

무보험차 상해 특약은 일반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면서 특약 형태로 들며, 보험료는 연 5000~1만원 정도로 비싸지 않다. 상해 치료비는 최저 50만~3000만원이고, 사망 보험금은 최대 1억5000만원이 지급된다.

프랑스 파리는 주민투표를 거쳐 올 가을부터 전동킥보드를 퇴출시켰다. 사진은 규제를 앞두고 업체 직원이 전동킥보드를 수거하는 장면./조선DB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불가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일상 생활 중 본인 부주의로 타인을 다치게 했거나 물건을 망가트렸을 때 손해를 보상해 주는 상품이다. 주로 어린이보험, 운전자보험, 화재보험 등에서 특약 형태로 가입한다. 그렇다면 전동킥보드 접촉사고에서도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을 쓸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차량 사용으로 발생한 것은 면책 대상이기 때문이다.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타고 신호 위반을 해서 사고가 났다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무면허나 신호위반은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 행위이기 때문에 건강보험 처리가 제한된다. 치료비로 나간 건보공단 부담금이 환수 조치되고, 운전자가 본인부담금을 100% 다 내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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