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 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할 것이란 기대감에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세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되면 기관투자자 등의 자금이 들어와 비트코인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2021년 비트코인 선물 ETF 상장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했던 상황이 다시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상화폐 시세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5일 오후 비트코인은 개당 3만4000달러(약 4584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3만4000달러를 넘은 건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일주일 새 18%, 한 달 전보다 30% 급등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할 것이란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 때문이다. 디지털 자산 운용사 넥소의 공동 설립자 안토니 트렌체프는 “암호화폐 시장에 흥분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제 SEC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언제 나올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고 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기대감
최근 비트코인 상승세의 계기가 된 것은 SEC와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신탁 상품 ETF 전환 관련 소송이다. 지난 8월 미국 법원은 그레이스케일이 자사의 비트코인 신탁 상품을 ETF로 전환해 달라며 SEC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비트코인 선물 ETF는 허용하면서 현물 ETF 신청을 거부한 것은 SEC의 자의적이고 변덕스러운 행위”라며 재검토하라고 했다. 이후 항소 기간인 지난 14일까지 SEC가 항소하지 않아 법원 결정이 확정됐다. 이후 2만6000달러 선이던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SEC의 항소 포기 후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시기가 임박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됐다. 대표적인 게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 중앙예탁청산기관(DTCC)에 등록됐다는 소식이다.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로 이 소식을 전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ETF 애널리스트 에릭 발추나스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완전히 승인된 것은 아니지만, 출시 전 처리해야 할 사항들을 모두 해결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신청을 낸 자산운용사는 블랙록, 피델리티 등 10개에 이른다. 업계에선 내년 초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7만3000달러까지 간다” 대 “모든 걸 걸어선 안 돼”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하는 것은 비트코인을 직접 사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기대감이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유는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들은 코인거래소가 해킹을 당해 가상 자산을 뺏기거나, 거래소 경영진이 가상 자산을 횡령하는 등의 리스크(위험) 때문에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기를 꺼렸다. 그런데 비트코인 현물 ETF가 등장하면 이들이 상대적으로 안심하고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가상 자산 데이터 분석 업체 크립토퀀트는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으로 1550억달러가 비트코인 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며 “이렇게 된다면 비트코인 가격이 5만달러에서 7만30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비트코인 선물 ETF 출시 기대감에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다가 자금 유입이 생각보다 저조해 급락했던 경험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21년 10월 미국 증시에 최초로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ETF인 ‘프로셰어즈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엔 상장 첫 달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지만, 이후 자금 유입이 급감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2021년 11월 6만90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이듬해 11월 1만6000달러 선까지 내리기도 했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비트코인 현물 ETF 등장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기보다는 기존의 수요를 빨아들일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에 모든 것을 걸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