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금융위원회를 마친 뒤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내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8개월 간 공매도가 전면적으로 중단된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는 외국인(74%)과 기관(24%)이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외인과 기관이 하락장에서 대량의 매도 물량을 쏟아내 주식 시장 하락을 부추긴다”는 원성이 컸다. 특히 최근 대형 글로벌 투자 은행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가 적발된 것을 계기로 공매도 폐지 여론에 불이 붙었다.

금융위원회는 5일 임시 회의를 열고 “외국인, 기관 투자자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이 반복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의결하고 전향적인 공매도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했다. 또, 금융위는 6일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출범시켜 글로벌 투자은행을 전수 조사해 불법 공매도를 강력히 처벌한다고 밝혔다.

주무부처인 금융위는 그간 공매도 전면 금지에 대해 선을 그어왔다. 금융위는 지난 3일까지만 해도 “공매도 전면 금지 추진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매도에 대한 반감이 치솟은 상황에서 여당이 공매도 전면 금지를 내세우며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총선을 5달 앞두고 1400만 개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잡겠다는 것이다.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이번이 역대 네 번째다. 공매도는 과거 글로벌 금융 위기(2008~2009년), 유럽 재정 위기(2011년), 코로나 사태(2020~2021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전면 금지된 바 있다. 2021년 5월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에 속한 350개 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가 재개됐는데, 이번 조치로 이런 일부 대형 종목들까지 공매도가 금지된다.

일각에서는 이런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공매도가 증시를 하락시킨다는 주장이 검증된 적 없을뿐더러, 한편으로 공매도는 증권시장에서 주가의 거품을 빼고 주가 변동성을 줄이는 순기능도 있다는 것이다. 또, 공매도가 재개됐을 때 그동안 조정받지 못한 종목들이 오히려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위는 일단 공매도를 전면 중단하고, 공매도와 관련된 제도를 재정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기관과 개인 간 ‘기울어진 운동장’의 근본적인 해소를 추진하고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금융위는 이후 시장 동향 등을 고려해 상반기 이후 공매도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