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소 트럭 업체 니콜라의 수소 트럭. /니콜라 홈페이지 캡처

공매도가 보편화된 금융 선진국에선 공매도 투자자들이 시장 감시자 역할을 수행한다. 대표적인 것이 2001년 엔론 스캔들이다. 당시 ‘공매도의 대부’ 짐 채노스는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의 회계 장부 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조사 결과 회계 부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엔론은 파산했다.

공매도를 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개인 투자자들과 달리, 상당수 증시 전문가는 “고유한 순기능이 많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주가에 낀 거품을 꺼뜨리는 역할을 한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지나치게 오른 종목을 골라 공매도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시세 차익을 보고 빠지려는 작전 세력에는 공매도가 공포스럽다. 한때 ‘제2의 테슬라’로 거론됐던 미 수소 전기차 기업 니콜라도 공매도 투자자들의 폭로로 민낯이 드러났다. 2020년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힌덴버그리서치는 니콜라에 공매도 투자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니콜라의 충격적 사기 행각이 담긴 보고서를 냈다. 수소 전기 트럭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관련 기술이 없고, 기업 설명회용으로 공개한 수소 트럭 영상은 사기라는 내용이었다. 그 여파로 니콜라 주가가 2주 만에 반 토막이 났고 창업자는 물러났다.

같은 해 ‘중국판 스타벅스’라고 하던 커피 체인 루이싱커피도 분식 회계로 매출액을 부풀린 사실이 공매도 투자자 머디워터스 보고서로 드러나 상장폐지됐다. 올해 1월에는 힌덴버그리서치가 인도 갑부 아다니 그룹의 분식 회계 의혹 등을 제기해, 그룹 주력사인 아다니엔터프라이즈 주가가 한 달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공매도가 많이 몰린 종목에는 투자자들이 경계심을 갖기 때문에 시세 조종 피해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지난 4월 말 ‘라덕연 사태’ 당시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8종목 중 5종목이 공매도 금지 대상이었다. 공매도가 없어 비정상적 주가 급등을 제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시세 조종 의혹으로 6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고 주가가 10분의 1토막 난 영풍제지도 공매도 금지 종목이었다.

왕수봉 아주대 경영학과 부교수는 “주식을 빌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문제지 공매도 제도 자체는 죄가 없다”며 “공매도로 주가 거품이 빨리 꺼지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