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기습 공격으로 공매도 세력 소탕해서 코스피 3000 간다는데, 왜 (제 계좌는) 녹나요?” “외국인과 기관은 다 빠져나가고 앞으로 개인들만 남게 되나요? 코리아 디스카운트 더 심화되나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내년 6월까지 금지된 가운데, 향후 대응 전략을 둘러싸고 개인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되면 주가가 오를 줄 알았는데, 지난 6일 하루만 급등하고 흘러 내리는 ‘반짝 효과’로 끝나고 있어서다. 공매도 금지 첫날인 6일 2500을 넘겼던 코스피는 10일 오전엔 2400 밑으로 빠졌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정부의 11·5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어떻게 자금을 운용해야 할 것인지에 쏠린다. 공매도가 금지되는 8개월 동안, 우리 증시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공매도를 둘러싼 투자자 궁금증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 봤다.

그래픽=한유진 조선디자인랩

1️⃣올해 공매도가 유독 심했나요?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 거래대금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이 차지한 비중은 각각 5%, 1.9%였다. 올해(11월 2일까지)도 코스피 공매도 대금 비중은 5.1%로 작년과 비슷했다. 그런데 코스닥은 공매도 대금 비중이 2.6%로, 작년보다 0.7%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공매도 누적 거래액은 작년보다 35조원 많은 158조원이었는데, 신규 공매도 증가분은 대부분 코스닥에 집중됐다고 볼 수 있다.

왜 코스닥이었을까. 코스닥지수는 올 상반기 전세계 상승률 1위(40%)를 기록할 정도로 화력이 강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1~2위로 덩치가 큰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코스닥 시장 전체 상승으로 이어졌다.

두 종목 주가는 이론적으론 설명하기 힘든 ‘신(神)의 영역’까지 올랐다. 통상 기업의 주가가 적당한지 비싼지 따져볼 때는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으로 삼는다. PER은 전세계 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표로,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숫자가 높을수록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지난 7월 에코프로는 장중 한때 153만9000원을 찍었고, PER은 700배에 달했다(참고로 삼성전자는 PER 9배). PER을 내가 투자한 원금이 회수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라고 정의한다면, 지난 7월 에코프로는 고려시대 때 샀어야 본전을 건질 정도로 주가가 높았다. 일본 거품경제가 한창이던 지난 80년대 말의 대표적인 고평가 주식은 JAL(일본항공·민영화 호재로 급등)이었는데, 일본항공의 당시 PER은 400배였다.

2️⃣공매도는 누가, 왜 하나요?

일본에는 ‘주식을 살 땐 집 날릴 각오를, 공매도할 땐 목숨을 걸 각오를 해라(買いは家まで空売りは命まで)’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공매도가 얼마나 위험한 투자법인지 새삼 일깨워준다. 주식 고수인 워런 버핏도 개인들에게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증시에서) 공매도는 절대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공매도는 매우 어려운 투자법이다. 주식 매수와 비교해 보면 이해가 쉽다. 주식은 기대 수익이 무한대다. 지금은 1만원짜리 주식이지만 10만원, 100만원도 갈 수 있다. 손실도 정해져 있어서 최악의 경우 원금만 날리면 된다.

그런데 공매도는 주식 매수와 정반대다. 공매도는 기대 수익이 100%다(수수료가 비싸서 비용 빼면 최대 95%). 반면 손실은 무제한이다. 주가가 언제까지, 얼마까지 오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작년 말 10만원짜리 주식이었던 에코프로가 7개월 만에 15배 급등할 것이라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공매도한 주식의 주가가 오르면, 증권사는 공매도 투자자에게 계좌에 돈을 더 넣으라고 요구한다. 기한 내에 자금을 채워넣지 않으면 증권사는 강제청산에 나선다. 만약 상한가가 이어져서 증권사가 청산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으면, 공매도 투자자에게 손실 금액을 청구한다.

투자서적 <1%를 읽는 힘>의 저자 메르씨는 “공매도는 이익엔 한계가 있지만 손해는 그야말로 무한대”라면서 “개인과 기관 투자자 사이에 담보비율 차이를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손해가 커지면 공매도를 한 사람이 투자한 금액 이상의 손실을 책임져야 하는데, 개인과 기관의 상환 능력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메르씨는 이어 “한국 증시에서 이뤄지는 공매도는 포트폴리오에 주식을 보유하면서 주가 하락에 대한 위험을 회피하려는 목적이 대부분”이라며 “수수료도 비싸서 대부분 단기 투자 목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공매도는 외국인(68%)과 기관(30%) 비중이 높다./조선디자인랩 한유진

3️⃣올해 공매도했으면 떼돈 벌었나요?

예상하지 못했던 공매도 금지 조치로 펀드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거듭된 성과 부진으로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롱숏(오를 주식은 사고 내릴 주식은 파는 것)펀드를 운용하는 A운용사는 지난 9일 펀드 손실을 사과하는 안내문을 발송했다. A운용사는 안내문에서 “주가가 고평가된 상태에서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기업가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 2차전지 종목들로 숏포트폴리오를 구성했는데 공매도 금지 조치가 내려졌고, 지난 6일 숏커버링(빌린 주식을 갚는 것) 하는 과정에서 큰 손실을 보게 됐다”고 썼다. 지난 6일은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등 2차전지 종목들이 우르르 상한가를 기록한 날이다. 운용사는 내부 규정상 주가 변동폭이 커지면 기계적으로 로스컷(손절매)을 해야 한다.

운용업계 관계자 B씨는 “김포 다음에 공매도를 포커싱하겠다는 카카오톡 사진이 공개되니 정책 약발이 떨어지기 전에 바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한 것 같다”면서 “단 1주일이라도 준비 시간을 줘서 포지션을 정리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고 롱숏펀드들이 큰 손해가 입었다”고 말했다. B씨는 이어 “증권사 HTS가 오작동해서 주식을 팔지 못하면 고객들은 바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데,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도 국가가 주말에 기습적으로 단행해 사실상 사유재산 침해를 한 셈”이라고 했다.

공매도 잔고가 높은 종목은 이른바 '스프링효과'가 있어서 숏커버가 시작되면 상승률이 엄청나다./그래픽=한유진 조선디자인랩

4️⃣공매도 금지하면 주가가 오르나요?

직전 공매도 금지 조치는 2020~2021년 코로나 위기에 시행됐다. 공매도가 금지됐던 기간 중 코스피는 78%, 코스닥은 88% 올랐다<맨위 표 참고>. 그렇다면 이번에도 비슷한 성과를 기대해도 될까.

박소연 신영증권 이사는 “직전 공매도 금지 시기는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30조원에서 80조원까지 급증하면서 물이 들어오던 시기”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달리 고금리 채권이나 예금 등으로 자금이 몰려가고 증시에선 물이 빠져나가는 시기”라고 말했다. 유동성이 마르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공매도 금지 효과가 2020~2021년과 달리 단발성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 증시는 미국 금리와 수출 실적에 따라 움직이며, 공매도와의 상관 관계는 크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다만 증시에서 가격 발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만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는 있다. 아예 주식 어플을 지우고 당분간 쉬다가 내년에나 다시 보라는 의견도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기 힘들기 때문에 개인 위주 시장으로 변질되고, 이 과정에서 중소형 테마주가 유행하기는 쉬워졌다. 하지만 최근 영풍제지 사태처럼 주가 급등은 세력의 장난일 뿐,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시장 활력이 다소 떨어질 수는 있겠다. 김일구 한화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공매도 전면 금지로 파는 사람이 없으면 가격이 잠깐은 오르겠지만 비싸니까 매수세가 멈춰버리고 거래가 안 된다”면서 “부동산 시장도 가격이 너무 오르면 결국 거래가 올스톱되는데 비슷한 이치”라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5️⃣공매도는 언제부터 미움을 받았나요?

한국에서 공매도가 공공의 적(敵)이 된 건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시초(始初)라는 게 정설이다. 10년 전인 2013년 4월, 코스닥 시가총액 1위였던 셀트리온은 회계부정 의혹이 불거지면서 4만원 가까이서 움직이던 주가가 2만원대로 반토막이 났다.

당시 서정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셀트리온을 괴롭히는 공매도 세력을 언급하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432거래일 중 412일 동안 공매도가 진행됐고, 금융당국에 조사를 의뢰했지만 무시당했고, 연구 개발에 쓸 수천억원을 공매도 방어에 쓸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아래 조선일보 지면 참고>.

‘공매도와의 전쟁에 지쳐 회사를 팔겠다’는 서정진 회장의 선언은 당시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셀트리온 개인 주주들을 중심으로 위원회 등이 만들어지며 공매도에 대한 분노와 저항이 본격적으로 분출되기 시작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은 모래알 같아서 조직화되기 힘든데, 몇몇 단체가 전체 개인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처럼 앞장서면서 지금에 이르렀다”면서 “한국에선 병역, 입시 등 감정적으로 절대 용서가 안 되는 영역이 있는데 공매도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남우 연세대 객원교수도 “유튜브와 인터넷으로 정치 세력화해서 주식시장을 선동의 플랫폼으로 이용하고 공매도를 악마화시키는 단체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 4월 17일자 조선일보 종합 1면. “공매도 때문에 못살겠다. 회사를 외국 기업에 팔겠다”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사연이 나온다./조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