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양인성

반도체 기업 ‘파두’가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발판으로 증시에 입성한 지 석 달 만에 실적이 급감해 ‘뻥튀기 IPO(기업공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대대적인 제도 손질에 나선다. 주관 증권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기술특례상장기업 심사 시 전문평가기관을 확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심사를 더욱 꼼꼼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17일 한국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방안 시행을 위한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을 예고했다. 앞서 지난 7월 금융위원회는 중소벤처기업부·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 10개 민관 기관과 합동으로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거래소는 먼저 기술특례상장 주관사(증권사)의 책임성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상장을 주선한 기업이 2년 안에 관리·투자환기 종목으로 지정되는 등 조기 부실화되는 경우, 해당 주관사가 추후 다른 기술특례상장을 주선할 때 풋백옵션 조건을 부과하고 의무인수주식 보호예수기간도 3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일종의 패널티(벌칙)를 부과하는 것이다. 풋백옵션이란 일반 투자자가 공모를 통해 확보한 주식이 일정 기간동안 공모가의 90%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상장 주관사가 이를 되사는 제도다. 현재는 성장성 추천을 통해 상장한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한해 풋백옵션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술특례제도 악용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담겼다. 상장 전 실적 부풀리기를 막아 영업실적 관련한 주요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고 합리적인 공모가 산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지난달 24일부터 금융감독원은 기술특례상장 추진 기업의 공모가 산정 근거 등을 상세히 기재하도록 증권신고서와 사업보고서 서식을 정비한 바 있다.

거래소는 기술력과 성장성을 겸비한 중소 기업에 특례 상장 문호는 넓히되 비(非)우수 업체는 철저히 가려내겠다는 뜻이다. 먼저 특례 대상 중소기업의 범위를 확대한다. 중견기업 등이 30% 이상 출자해 법률상 중소기업이 아니더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엔 기술특례상장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게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부실 기업을 골라낼 수 있도록 심사는 고도화하기로 했다. 기술특례상장 기업 심사 시 기술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하고, 전문평가기관을 늘리면서 기술평가시 기술성과 시장성의 배점을 조정하는 등의 보완이 이뤄졌다.

기존 기술특례상장 유형은 체계화·합리화한다. 기술력이 있는 기업은 ‘혁신기술트랙’을 사업모델이 차별적인 곳은 ‘사업모델 트랙’을 활용하도록 나눴다. 딥테크 등 첨단기술분야 기업 중 충분한 시장 평가가 있는 경우 기술평가를 현행 2개에서 1개로 완화 적용키로 했다. 이때의 시장 평가란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벤처금융으로부터 최근 5년 간 100억원 이상을 투자유치한 경우를 뜻한다.

한국거래소는 “우수 기술기업에 대한 발굴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부실기업에 대한 선별 기능은 강화해 투자자들이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거래소는 이번 개선사항에 대한 시장 참여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1월 초부터 시행할 계획이다.